[칼럼]자고 일어났더니 팔이 안 움직여요!... ‘요골신경마비’ 원인과 치료법은?

도움말: 경희궁전한의원 장호기 원장

▲ 경희궁전한의원 장호기 원장 

누구나 한 번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또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해 팔베개를 해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행여나 사랑스런 상대방이 깰까봐 저려오는 팔의 고통을 꾹 참아가면서까지 밤새 팔베개를 한 적도 있을 텐데요.


자칫 장시간 팔베개를 해줄 경우, 다음날 아침부터 팔을 쓸 수 없는 ‘요골신경마비’가 찾아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꼭 팔베개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요골신경마비가 올 수 있는데요, 오늘은 갑작스럽게 찾아와서는 손과 팔을 온전히 쓸 수 없게 만드는 요골신경마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골신경마비란?
요골신경이란 상완신경총에서 기원하여 상지의 감각, 운동신경 등 상지를 지배하는 정중신경, 척골신경, 요골신경 등 세가지 신경 중 하나를 일컫습니다. 요골신경마비란 이러한 요골신경이 외부요인에 의해 압박을 받아 마비증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합니다.

앞서말한 팔배게를 해주었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허니문 마비(Honeymoon palsy)’라고 불리기도 하고, 음주 후 불량한 자세로 수면을 취하는 경우에도 발생해 ‘토요일 밤의 마비(Saturday night palsy)’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 사진제공=경희궁전한의원 

요골신경마비의 원인은?
요골신경의 경우 피부 표면에 가깝게 주행하기 때문에 요골신경마비는 두 가지 별명대로 팔베개를 해주거나 불량한 자세로 수면을 취하는 등으로 인해 요골신경이 압박되거나, 수술 후 후유증, 외상, 탈구 등으로 인한 개방성 손상 그리고 신경 독(毒) 주입에 의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방성 손상을 제외한다면 압박이나 허혈성(虛血性) 손상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골신경마비의 증상은?
요골신경은 팔꿈치관절 외측에서 천지(얕은가지)와 심지(깊은가지)로 분지되는데, 천지는 감각신경으로 1~3번째 손가락의 손등 부분의 감각을 담당하고, 심지는 운동신경으로 손가락과 손목의 신전(뒤로 젖힘)을 담당하게 됩니다.

요골신경마비의 가장 주요증상은 운동신경 손상으로 인한 손목하수(wrist drop)로 요골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이 약해지거나 위축돼 손목을 드는 힘이 없어져 손목과 손가락이 축 처지게 되고 물건을 쥐는 힘도 떨어지게 됩니다.

요골신경의 감각신경이 손상될 경우 손등, 1~4번째 손가락의 뒷면(손등 쪽)의 감각저하 또는 날카롭고 타는 듯한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위팔 및 아래팔의 뒷면에도 감각저하 또는 이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사진제공=경희궁전한의원 

요골신경마비 치료법은?
치료는 한방의 보존적 치료와 수술로 나눌 수 있는데 치료의 한계는 신경손상의 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예후는 좋은 편이고 신경이 회복될 때까지 근위축이나 근력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①침
침치료의 목적은 마비된 근육과 신경에 물리적 자극을 줘 흥분성을 높이고 혈행을 촉진, 영양상태를 호전시켜 기능회복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과도한 자극은 신경손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어 원칙적으로 약자극이나 마비 정도가 심할 경우 전친요법으로 근육의 움직임이 확인될 정도 강도의 자극이 필요합니다.

②약침
한약재의 엑기스를 추출·정제해 만든 약침은 통증을 경감시키고 가동범위를 증가시켜 팔꿉관절과 손목관절 기능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신경이 압박돼 생긴 조직의 염증을 씻어내는 소염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습니다.

③한약
한약은 요골신경마비로 인해 생긴 조직의 염증과 어혈 그리고 통증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켜 치료는 물론, 재발 방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④추나요법
비뚤어진 구조를 한의사가 손으로 밀고 당기며 교정하는 치료인 추나치료는 척추질환뿐만 아니라 사지의 질환인 요골신경마비의 문제 또한 적절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균형이 깨진 관절의 구조를 바로잡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면서 신경이 압박돼있는 부위의 압력이 줄어 통증을 경감시키게 됩니다. 추나치료를 통해 신경포착이 발생된 부위의 압력을 줄여주면서 침과 약침 및 한약을 병행해 치료하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잡아줌은 물론 재발방지 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⑤재활 및 생활습관
요골신경마비의 치료에는 휴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치료를 병행하면서 팔과 손목의 사용을 줄여야 하며, 경우에 따라 얼음찜질이나 온찜질로 통증을 조절해 줍니다. 통증이나 마비감이 어느정도 사라지게 되면 단계적인 재활훈련을 통해 손목과 손가락의 힘을 되찾이야 합니다. 손목하수의 경우 툭 떨어진 손목이 어느날 갑자기 이전의 힘과 가동범위를 되찾는게 아니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근력과 가동범위를 되찾아나간다고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재활순서는 초기에는 손목을 최대한 뒤로 젖혀보는 훈련으로 시작하고 어느정도 손목을 들 수 있게 되면 작은 무게부터 시작해 손목으로 손에 쥔 물건을 들어올리는 훈련을 하는게 좋습니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요골신경이 주행하는 혈자리인 합곡(合谷)혈과 곡지(曲池)혈, 그리고 수삼리(手三里)혈을 마사지하면서 신경과 경락에 자극을 준다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요골신경마비는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신경의 마비인 만큼 빠르고 적절한 치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질환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팔베개는 깨어있을 때 잠깐 해주시는 걸로 하시고 음주 후 본인 팔을 베고 잠드는 것 역시 되도록 피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수면습관으로 기상 후 손목이 축 처지거나 손에 힘이 안들어가는 느낌이 온다면 늦지않게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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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