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진한의원 이진혁 원장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피부과에는 평소보다 유독 여드름이 갑작스레 악화돼 내원하는 환자들로 붐빈다.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라기보다, 한 해의 끝이라는 시기적 특성이 생활 리듬을 흔들고 그 변화가 피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여드름은 피지 분비나 청결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음식, 스트레스, 음주, 수면 패턴 등 일상 속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예민한 피부의 언어이다.
특히 연말 회식은 여드름 악화 요인이 한꺼번에 몰리는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이는 인슐린·IGF-1 분비를 증가시켜 피지선을 활성화한다.
이 과정에서 모공 속은 쉽게 막히고, 미세한 염증은 점점 커져 화농성 여드름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술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알코올은 체내 수분을 소모시키고 혈관을 확장시키며 피부 장벽을 일시적으로 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회식 다음 날 유난히 붉어 보이거나, 잔 트러블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거나, 갑자기 새로운 여드름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임상에서는 이 패턴이 한 해 중 연말에 특히 자주 반복된다.
회식이 늦어지며 깨지는 수면 리듬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피부는 밤 사이 재생되고 손상된 장벽을 복구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 시간이 부족해지면 피부는 스스로를 회복할 여유를 잃는다. 수면 부족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증가시키고, 코르티솔은 피지 분비를 촉진해 모공을 더 쉽게 막히게 한다. 결국 연말의 회식은 음식–술–수면 부족–스트레스라는 요소들이 한꺼번에 겹치며 피부가 흔들리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회식을 피하며 지낼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어떻게 조절하느냐’였다. 회식 자리에서 튀김류나 고당 음료, 맵고 자극적인 음식의 비중만 조금 줄여도 피부에 가는 부담은 상당히 감소한다. 술을 마신 뒤 물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막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자극적인 스킨케어보다 순한 클렌징과 수분·진정 중심의 케어가 더 적절하다.
여드름이 반복되는 환자의 경우 회식 다음 날 아침에는 피부 온도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따뜻한 물 세안 후 간단한 진정 팩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염증이 도드라지는 시기에는 피부 장벽이 일시적으로 약해져 있기 때문에, 강한 산도나 자극 성분보다는 수분 공급과 장벽 회복에 초점을 둔 관리가 훨씬 안정적으로 작용된다.
여드름은 개인별 피부상태, 생활습관, 호르몬까지 모두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가에 빠른 체크가 필요하다. 실제 내원 환자 중에서도 연말 회식 이후 갑작스럽게 트러블이 심해진 경우, 대부분이 생활 리듬이 급격히 변할 때 피부가 가장 먼저 반응한 사례가 많았다.
여드름은 결국 우리의 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는 피부의 언어이다. 평소엔 괜찮던 피부가 회식 한 번 이후 크게 흔들린다면, 그것이 회식 자체가 문제이기보다 피부가 이미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지쳐 있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연말의 분위기와 모임을 충분히 즐기되, 그 속에서 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조금만 이해하고 현명하게 조절하는 것이 여드름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고 일상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관리법이다. 개인별 피부 상태는 매우 다르므로, 급격한 악화 시에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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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