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치아 방치하면 ‘시한폭탄’... 치료 미루지 말아야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갑작스러운 사고나 단단한 음식 섭취 등으로 치아에 금이 가거나 일부가 깨지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통증이 경미하거나 일시적이라고 해서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치아 상실은 물론 전신 건강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깨진 치아를 방치하는 것은 치아 내부에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깨진 치아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가장 먼저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는 신경 감염과 염증이다. 치아가 깨지거나 금이 가면 단단한 바깥층인 법랑질 아래의 상아질과 치수(신경 조직)가 외부로 노출된다. 처음에는 찬물에 시린 정도의 증상만 나타나지만, 노출된 틈을 통해 입안의 수많은 세균이 내부로 침투하게 된다. 이 세균은 치수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며, 이 염증은 결국 치아 뿌리 끝의 잇몸뼈까지 퍼져 치근단 농양(고름 주머니)을 형성한다. 극심한 통증과 잇몸 부종이 동반되며, 이 단계에 이르면 복잡하고 어려운 신경 치료가 필수적이다. 만약 치료 시기를 놓쳐 염증이 심해지면 결국 해당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추가적인 파절과 치아 상실의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미 깨지거나 금이 간 치아는 구조적으로 매우 약해져 있다.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마다 가해지는 강한 압력은 깨진 부위에 집중되며, 이는 미세한 금이 점점 더 깊고 넓게 진행되도록 만든다. 결국 치아 전체가 쪼개지거나 잇몸 깊숙한 곳(치근)까지 수직으로 파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잇몸 아래까지 파절이 진행되면 보철물로 치아를 살리는 것이 불가능해져, 결국 발치하고 임플란트나 다른 보철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잇몸 질환과 주변 조직의 손상도 무시할 수 없다. 깨진 틈새나 날카로운 파절면은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쉽게 끼이지만 칫솔질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공간이 된다. 이곳에 번식하는 세균은 주변 잇몸에 염증을 일으켜 치은염이나 치주염(풍치)을 유발하며, 이는 결국 치아를 지탱하는 잇몸뼈를 녹여 치아 상실을 가속화한다. 또한, 깨진 치아의 날카로운 단면이 혀나 볼 안쪽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만성적인 구내염을 일으키거나, 장기적으로는 구강암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진 부분이 발견되었다면, 통증 유무에 관계없이 즉시 치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다. 미세한 깨짐은 간단한 레진 수복으로 당일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신경 치료나 발치 후 임플란트 등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큰 치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기에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며, 자신의 소중한 자연 치아를 가장 오래 보존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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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