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저체온증’, 신체 방어 시스템 붕괴하는 위험 상황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 단순히 몸이 춥다고 느끼는 수준을 넘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체온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응급 상황으로 간주된다. 저체온증은 우리 몸의 중심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특히 노약자, 만성질환자, 그리고 부적절한 복장으로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그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스스로 열을 내기 위해 오한, 떨림, 빈맥 등 방어 기제를 가동하는 경증(32~35도) 단계를 거치지만, 이 단계에서도 이미 판단력과 신체 조절 능력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체온이 더 떨어져 중등증 (28~32도) 단계에 진입하면 떨림이 멈추고 의식이 혼미해지며 호흡과 맥박이 느려지기 시작하는데, 이 시점부터는 환자 스스로 체온을 회복하기 어려워지며 심장 기능에 심각한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28도 미만의 중증 단계에 도달하면 혼수 상태, 심장 부정맥, 심정지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작은 충격에도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처치가 요구된다.


이처럼 저체온증은 우리 몸의 핵심 기능을 마비시키며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침묵의 살인자’와 같다. 더불어, 알코올 섭취는 일시적으로 따뜻함을 느끼게 할 뿐, 실제로는 혈관을 확장시켜 체열을 급격히 외부로 빼앗기게 하고 판단력을 저하시켜 저체온증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응급 대처법저체온증 환자를 발견했다면 신속하고 안전하게 체온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첫 번째로,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추운 환경(바람, 비, 물기)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건조한 장소로 옮겨야 한다. 두 번째로, 젖은 옷은 체온을 더 빨리 빼앗으므로 즉시 제거하고, 마른 옷이나 담요, 침낭 등으로 몸 전체(특히 열 손실이 많은 머리와 목 부위)를 감싸 보온을 실시한다. 옷을 여러 겹 겹쳐 입히는 것이 보온 효과에 더 좋다. 이때, 환자에게 충격을 주어 치명적인 심장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환자를 마사지하거나 강하게 문지르는 행위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세 번째로, 겨드랑이, 목 뒤, 사타구니 등 중심 체온을 올릴 수 있는 부위에 따뜻한 물주머니나 핫팩을 대주어 적극적인 재가온을 시도한다. 다만, 화상을 입지 않도록 물주머니 온도를 확인하고 옷이나 수건으로 감싸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네 번째로, 의식이 명료한 경증 환자의 경우에만 따뜻하고 단맛이 나는 음료나 음식을 제공하여 체온 회복을 돕는다. 단, 탈수를 유발하는 알코올이나 카페인 음료는 절대 금지해야 하며, 의식이 불분명한 환자에게는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함부로 물이나 음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의식과 호흡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의식이 없거나 호흡이 약하면 119 구급대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야 한다.

가장 좋은 대처는 철저한 예방이다. 평소 생활 습관을 통해 체온 유지를 위한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겹쳐 입기를 생활화하여 두꺼운 옷 한 벌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보온 효과를 높이며, 특히 열 손실이 많은 모자, 장갑, 목도리를 반드시 착용하여 노출 부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수분 및 영양 관리를 위해 따뜻한 물이나 국물 등으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탈수를 유발하는 알코올과 카페인 음료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야외 활동 시에는 장시간 노출을 피하고, 활동 전 충분한 준비 운동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해야 한다. 땀을 흘렸다면 젖은 옷을 즉시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 체온 손실을 막아야 한다.

겨울철 건강은 ‘체온 유지’에서 시작된다. 평소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주변의 노약자나 취약 계층의 체온에 관심을 기울여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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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