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컬처, ‘글로벌 정신 치유’의 언어로 떠오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민 전문의

▲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민 전문의
최근 한국의 문화예술이 단순한 콘텐츠의 영역을 넘어, 전 세계인의 ‘정신 치유 도구’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영화와 음악이 인간의 감정적 트라우마를 어루만지고 회복시키는 힘, 바로 여기에 K-컬처의 새로운 가치가 있다.

최근 공개된 영화 ‘케데헌(K-pop Demon Hunters)’과 주제곡 ‘골든(Golden)’은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케데헌’은 한국 전통 신화 속 호랑이(용기·회복)와 까치(희망·행운)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회복력을 깊은 은유 속에 담아냈다. 여기에 담긴 상징들은 단순한 예술적 장치를 넘어, 치유의 여정 그 자체를 담고 있다.

특히 주제곡 ‘골든’은 그 회복의 언어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이 곡은 영화 속 주인공 루미의 실제 모델이자 뮤지션인 이재(EJAE)의 개인적인 상처와 극복의 여정에서 탄생했다. 아이돌 가수의 꿈이 좌절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으로 스스로를 치유했던 그의 경험이 녹아든 ‘골든’의 따뜻한 선율과 진솔한 가사는, 음악이 가진 강력한 ‘회복의 언어’를 상징한다.

음악은 감정을 조율하는 신경학적 자극제이다. 가사의 의미는 좌측 측두엽에서, 음의 높낮이와 감정적 공감은 우측 두정엽에서, 리듬과 운동 반응은 소뇌에서 처리된다. 이처럼 여러 신경 회로가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감정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가져온다. 개인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긴 ‘골든’은 청취자들에게 ‘감정적 공명(emotional resonance)’을 일으키며, 트라우마 치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치유의 범위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필자가 새롭게 창안한 정신의학 언어인 ‘Global Mental Jockey(GMJ)’는 실시간 디지털 연결을 통해 전 세계인의 정서적 공감을 넓히는 데 활용된다. 아이폰 간 실시간 방송(iPhone-to-iPhone real-time broadcasting)과 같은 기술적 소통 플랫폼이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한 강력한 네트워크로 기능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예술은 이제 단순한 감상에 머물지 않고 ‘정신적 상호 연결’을 만들어낸다. 개인의 아픔을 공감과 표현의 기술로 결합할 때, 이는 사회적 회복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치유 문화’로 발전한다.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심리치료 도구였다. 영화 ‘케데헌’과 음악 ‘골든’,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어우러진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이 가진 치유의 본질, 즉 ‘인간 회복의 언어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지금이야말로 예술의 언어로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치유해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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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