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운반하는 폐동맥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질환으로, 평균 폐동맥 압력이 20㎜Hg를 초과할 때 진단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난치성 질환은 국내 환자 수만 해도 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일상적인 피로감과 비슷해 많은 환자가 병을 방치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폐고혈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만성피로, 부종, 어지러움, 가슴 답답함 등이 나타나며, 때로는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이 질환은 비교적 젊은 층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환자들은 숨이 찬 이유를 단순한 운동 부족이나 과로로 치부하곤 한다. 이러한 오판 때문에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실제 확진에 이르기까지 평균 2.5년에서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질환의 원인은 기저 질환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전체의 약 65%를 차지하는 2군은 심부전이나 판막 질환 같은 좌측 심장 질환이 원인이며, 30%를 차지하는 3군은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이나 폐섬유화증 같은 폐 질환 및 저산소 혈증과 관련이 있다.
가장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1군 폐동맥 고혈압(PAH)과 폐색전증으로 인한 4군은 각각 전체의 약 3%를 차지한다. 특히 1군은 제때 전문적인 약물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년 내 사망할 수 있는 희귀 난치 질환으로 분류되며, 주로 40대 후반 여성에게서 높은 빈도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
폐고혈압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심장초음파를 통한 선별 검사가 우선적으로 시행된다. 이후 폐동맥의 압력을 직접 측정하기 위해 허벅지 정맥 등에 미세한 카테터를 삽입하여 심장까지 접근시키는 '우심도자 삽입술'을 통해 확진 절차를 거친다.
다행히 의료계의 인식 변화와 정부의 조기 발견 지원으로 인해 유병률과 치료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 역시 70%를 상회하며 꾸준히 향상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에 임할 경우 80% 이상의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환자가 양호한 운동 능력을 유지하며 '저위험도 상태'로 생활할 수 있게 돕는 데 있다.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와 함께 증상을 완화하는 보조 요법이 시행되는데, 여기에는 부종 완화를 위한 이뇨제 처방, 빈혈 교정, 폐렴 예방접종 등이 포함된다.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임신을 피하는 것이 권고된다. 또한 실데나필이나 보센탄 같은 전문 폐고혈압 약제를 환자의 위험도에 맞춰 정밀하게 처방하며, 정기적인 외래 검사를 통해 약물 용량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많은 환자가 운동 시 숨이 차는 증상 때문에 움직임을 꺼리지만, 오히려 적절한 운동은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최고의 보조 치료제이다. 최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문가의 감독 하에 이루어지는 안전한 운동은 폐고혈압을 악화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약물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폐고혈압 치료의 성패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민감하게 살피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실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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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