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삼선병원 감염내과 이 혁 과장

최근 독감, 코로나19, 영유아·고령층에 치명적인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Tripledemic)’ 경고가 현실화했다. 여기에 노로바이러스, 폐렴구균, 대상포진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이 겹치면 특히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는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예방접종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 수단이다.
예방접종은 더는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인에서의 백신 공백이 오히려 집단면역의 가장 약한 고리가 된다.
질병관리청의 조사에 의하면 국내 성인의 예방접종률은 아동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50세 이상에서 대상포진, 폐렴구균,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 접종률은 30% 미만이며, 특히 만성질환자나 면역 저하자는 감염 시 합병증 위험이 높은데도 정기 접종을 잘 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든 성인에 매년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10년마다 Tdap 또는 Td(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을 맞도록 제시한다. 또 50세 이상은 대상포진 백신 2회, 65세 이상은 폐렴구균 백신을 맞도록 권유한다. 최근에는 RSV 백신이 고령층과 임신부에 새로 권장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예방접종’을 강조하며 성인 백신 접종을 국가 감염병 관리 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예방접종(NIP)은 12세 이하 소아에 17종 백신을 무상 지원하지만, 청소년기 이후 접종 공백이 생기면 성인이 되었을 때 면역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백일해와 홍역 등이 산발적으로 재출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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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