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암은 흔히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인식되기 쉬우나, 실상은 이와 판이하다. 초기 위암 환자의 70~80%는 별다른 자각 증상을 느끼지 못하며, 역설적으로 증상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암이 진행되고 있다는 가장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실제로 환자가 뚜렷한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위암이 초기에 발견되기 어려운 이유는 위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위 점막과 그 아래층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감각신경이 거의 분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암세포가 점막층에만 머무는 초기 단계에서는 물리적인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암이 위벽을 뚫고 깊숙이 침투하여 벽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염증이 복막까지 파급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통증이 발현된다.
특히 고령층이나 위축성 위염 환자의 경우, 위산을 만드는 세포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속쓰림 증상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호전 신호가 아니다. 위산은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핵심적인 방어 기전인데, 위산이 감소하면 위 내 세균이 증식하며 음식물과 반응해 '니트로사민'과 같은 강력한 발암 물질을 생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속은 편해질지언정 위 점막은 지속적으로 파괴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위궤양 치료에 사용되는 위산 억제제는 통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만, 자칫 암성 궤양의 징후를 은폐하는 독이 될 수 있다. 약물 복용으로 인해 암 조직 표면이 일시적으로 아물면 내시경 상으로 일반적인 궤양 흉터처럼 보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시행되는 조직검사에서도 암세포가 누락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궤양 진단을 받은 환자는 주관적인 증상 호전에 안주하지 말고, 병변의 흉터가 완전히 소실될 때까지 반복적인 추적 내시경 검사를 이행해야 한다.
한국인의 높은 위암 발병률 배경에는 독성이 강한 유전자형을 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위 점막이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 단계는 위암으로 이행되기 직전의 전암성(Pre-cancerous) 상태로 간주된다.
장상피화생은 조직의 형태에 따라 소장형인 '완전형'과 대장형인 '불완전형'으로 구분되는데, 후자인 불완전형은 암세포로 변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따라서 장상피화생 진단을 받은 환자, 특히 불완전형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정기 검진의 주기를 반드시 단축하여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최근 젊은 층에서 빈도가 높아지는 '미만성 위암'은 암세포가 덩어리를 형성하지 않고 위벽을 따라 넓게 퍼지는 특성을 지닌다. 육안으로는 정상 점막과 구분이 어려워 진단 난도가 매우 높다. 내시경 검사 시 공기를 주입해도 위 주름이 잘 펴지지 않거나 위벽이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진다면 이를 의심해야 하며, 한 부위를 깊게 두 번 채취하는 심부 조직검사나 초음파 내시경, 미세 혈관을 시각화하는 특수 필터 내시경 등을 동원한 정밀 진단이 요구된다.
내시경 외에도 혈액 내 펩시노겐(PG) 수치를 통해 위 점막의 위축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PG I 수치가 70ng/mL 이상이고 PG I/II 비율이 3.0 이상이면 정상으로 보나, PG I 수치가 40 미만으로 떨어지고 비율이 2.5 이하인 경우 위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다만, 혈액 검사는 어디까지나 위험도를 예측하는 보조적 수단일 뿐, 최종적인 확진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위암 예방과 치료의 핵심은 자신의 주관적인 감각이나 증상에 의존하지 않는 자세에 있다. 철저한 헬리코박터균 관리와 데이터에 기반한 정기적인 내시경 추적 검사만이 '침묵하는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위암은 조기에만 발견된다면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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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