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병원 내과 노은지 원장

위궤양은 위 점막이 단순한 염증을 넘어, 점막 아래의 근층(근육층)까지 깊숙이 파이는 상태를 말한다. 위염이 점막에 국한된 손상이라면, 위궤양은 그보다 한층 깊이 조직이 손상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주로 식후 1~2시간 사이에 속쓰림이나 상복부 통증, 더부룩함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환자가 이처럼 명확한 신호를 체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이나 관절염 등으로 진통소염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은 통증이 없어 궤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침묵의 궤양’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는 위궤양은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기 검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반복되는 소화불량 역시 위궤양이나 다른 위장 질환의 징후일 수 있으니, 방치하지 말고 검진을 고려해야 한다.
위궤양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다. 이 균은 위산의 강산 환경 속에서도 생존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며, 위 점막에 만성적인 염증과 손상을 일으켜 궤양을 유발한다.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와 위산억제제 등을 병행하는 제균 치료를 통해 근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진통소염제(NSAIDs)의 장기 복용이다. 이 약물은 위 점막을 보호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해 점막 방어력을 약화시킨다. 여기에 흡연, 과도한 음주, 불규칙한 식습관 및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위장 점막은 더욱 쉽게 손상되어 궤양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위궤양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가 가장 효과적이다. 내시경을 통해 궤양의 위치와 깊이, 크기 등을 의료진이 직접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혹시 모를 악성(암) 여부까지도 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세 이상 성인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속이 편안하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속이 보내는 ‘침묵의 경고’를 놓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관심과 검진으로 위 건강을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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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