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날] 경고음 없는 ‘침묵의 장기’, 당신의 ‘간’은 안녕하십니까?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매년 10월 20일 ‘간의 날’은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간질환의 심각성을 되짚어보는 날이다. 간은 손상되어도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침묵의 장기’이기에, 이미 통증을 느꼈을 때는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만성 바이러스 간염부터 최근 급증하는 지방간까지, 한국인의 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진단하고 일상 속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부터 한국인의 간 건강을 짓누르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였다. 특히 B형 간염은 만성 간염, 간경변, 그리고 결국 간암으로 진행되는 주요 경로였다. 영유아 예방접종 확대 정책 덕분에 B형 간염의 유병률은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만성 감염자들이 꾸준한 추적 관찰과 치료를 필요로 한다.

더 큰 문제는 C형 간염이다. 혈액을 통해 감염되며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발견하면 이미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된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최근 개발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완치율이 매우 높지만, 이를 위해서는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간학회 등 전문가들은 C형 간염의 국가 건강검진 도입 확대가 시급함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인의 간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축은 바로 지방간이다. 술 때문에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뿐 아니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 이상으로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최근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 MASLD로 명칭 변경)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지방간이 더 이상 단순한 ‘성인병의 부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지방간이 있는 20~30대 젊은 층은 간암뿐 아니라 대장암, 신장암 등 다른 암의 조기 발병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이 간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전신적인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다른 장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내장지방이 많다면 지방간이 생길 수 있는 ‘마른 비만’ 역시 경계해야 한다. 지방간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기에,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피로감, 오른쪽 상복부 불편감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간 질환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핵심은 결국 ‘조기 진단과 생활 습관 개선’ 두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간암의 고위험군인 만성 B형·C형 간염 환자나 간경변 환자는 반드시 6개월마다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간암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지만,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둘째, 생활 습관을 바로잡아 지방간을 예방해야 한다. 절주와 금연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지방간의 주요 원인이 비만과 고탄수화물 식단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제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특히 하루 1~2잔의 커피나 녹차는 간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간은 스스로 회복하려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건강한 습관으로 간에 휴식을 주고 재생을 도울 필요가 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체중 관리는 지방간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치료제’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으로서 묵묵히 해독과 대사 기능을 수행하지만,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는 만큼 환자 스스로가 ‘간심(肝心)’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10월 간의 날을 맞아 자신의 간 건강을 되돌아보고 적극적인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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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