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세종병원 물리치료팀 김세윤 팀장

심장 시술이나 수술을 무사히 마친 환자들이 병원 문을 나설 때 느끼는 감정은 홀가분함보다는 막막함에 가깝다. 24시간 나를 지켜주던 의료진과 장비가 없는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이제 나 혼자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인 치료는 끝났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퇴원 후 1개월을 두고 환자들이 ‘거대한 블랙홀’ 같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이 ‘의학적 회복’과 ‘생활 회복’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많은 환자가 이 시기에 가장 위험한 착각을 한다. 바로 ‘무조건 안정이 보약’이라는 생각이다. 가슴을 열고 심장에 기구를 넣었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숨이 조금만 가빠도 예전의 통증이 떠올라 몸을 사리고, 가족들 역시 환자를 침대에만 머물게 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심장은 아껴야 잘 사는 장기가 아니다. 안전한 범위 내에서 적절히 사용해야 더 튼튼해진다. 진정한 회복은 침대 위가 아니라, 환자의 두 발바닥이 지면에 닿아 있을 때 시작된다.
이 막막함을 뚫고 다시 일상이라는 경기장으로 나가는 유일한 해답은 바로 ‘심장 재활’에 있다. 심장 재활은 단순히 운동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다. 운동 처방부터 식이, 복약 관리, 심리 상담까지 포함된 통합 치료 프로그램이자, 질병의 재발을 막는 강력한 ‘2차 예방’ 과정이다. 미국과 유럽 심장학회에서 심장 재활을 가장 높은 권고 등급(Class 1)으로 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심장 재활에 참여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26%, 재입원율이 18% 감소한다. 이는 어떤 약물 치료만큼이나 강력한 치료 효과다.
심장 재활의 핵심은 내 몸이 안전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일상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동차에 연비가 있듯 우리 심장에도 에너지 소비 지표인 ‘대사당량(METs)’이라는 연비가 있다. 심장 재활의 시작은 심폐운동부하검사를 통해 내 심장의 현재 연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기준점이 정해지면, 전문가의 모니터링하에 심박수와 혈압을 체크하며 그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간다. 녹슬고 무너진 전신 시스템을 ‘저효율 모드’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고효율 모드’로 되돌리는 과정인 셈이다.
이때 운동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약’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지구력을 기르고, 근력 운동으로 몸을 지탱할 힘을 갖춰야 한다. 특히 성인과 소아의 재활은 구분되어야 한다. 성장이 급격한 8세 미만 소아의 경우 정형화된 운동보다는 놀이 형태의 활동을 통해 신체 균형을 잡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등 생애주기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심장에 스텐트를 넣거나 수술을 한 것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치료 제2막’의 시작이다. 망가진 도로를 새로 포장했다고 해서 낡은 자동차가 갑자기 쌩쌩 달릴 수는 없다. 이제는 차의 엔진을 길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며, 심장 재활이 바로 그 엔진 길들이기의 역할을 한다.
심장 재활의 목표는 명확하다. 환자에게 "움직여도 안전하다"는 안심을 주고, "나도 예전처럼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이제 ‘할까 말까’를 고민할 단계는 지났다. 어떻게 내 몸에 맞춰 시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심장 재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일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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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