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에서 코로나레드로…'공황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다

도움말: 나혜정 한국아동발달마곡센터 대표

▲ 나혜정 한국아동발달마곡센터 대표

2020년 상반기에 심리적인 부분을 강타한 신조어 중에 하나로 ‘코로나블루’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코로나레드’(우울감이 쌓여 공포, 분노 등을 느끼는 증상)가 나타났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는 우리들의 마음에 걱정의 씨앗을 뿌렸고 1년 동안 그 씨앗들은 무섭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무성하게 마음의 정원을 흩뜨려 놓았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2.5단계로 유지되면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대인 관계를 직접 만나서 소통하기보다는 SNS로 하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코로나는 우리를 의도치 않게 미래의 좀 더 디지털화 된 세계로 급격하게 데려다 주었다.

과거에 우리가 여행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데다가 활동성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환경적으로 자유롭지 못해 답답하고 우울한 것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2020년에는 특히 고용지수가 낮아졌고 청년들의 경우 취업의 어려움과 실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심리적인 우울은 낯설지 않다.

대학 동기, 선후배과의 모임이나 취미모임에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정서적 연대감을 주었던 시간과 공간들을 거의 누릴 수 없게 되었고, 공감과 소통의 부재로 일상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마음에 남으면서 갑작스럽게 심리적인 위기를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올해는 공황장애로 인해 갑자기 숨쉬기 어렵거나 어지러운 상황에서 견디기 힘들다며 상담센터를 찾는 내담자들이 많았다.

공황장애는 한정적이거나 특정인에게 오는 게 아니라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의 코로나 시기에는 매우 흔하며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이다.

그리고 이글을 보면 놀라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공황장애를 한두 번쯤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황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스트레스를 인지하지 못하고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고 방치할 경우 나타나는 정신이 보내는 신호이다.

우리가 이성을 중심으로 두고 사는 게 당연하지 않을 때가 있음을 아는 것부터가 ‘내 마음을 케어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마음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왔다. 예를 들어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갑자기 이유 없이 슬퍼지기도 하는 현상들이 있는데 이런 상황을 그냥 무시할 때 마음에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시그널이 공황상태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 겪는 사람들은 너무나 강렬한 신체적인 어려움과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나선 일반적으로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그 후에 공황장애로 진단을 받게 되면 병원에서 권고하는 대로 자신이 갖고 있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살피고 안정을 취하기 위해 일의 양을 줄이거나 좀 더 편안해지려고 애쓰기도 한다.

공황장애를 극복하길 원한다면 우선 공황장애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과 과정의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방안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 활동 즉, 마음은 생각과는 달라서 잘 이해한다고 마음의 근본적인 스트레스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만약에 대부분 이성이 시키는 대로 해왔고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아보고자 애써본 경험이 많이 부족하거나 또는 거의 없다면?

본인을 이해하면서 정신활동에서 자신이 온전히 원하던 일을 자유롭게 해보는 경험들은 어떤 이에겐 정말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해보는 것은 마치 ‘초행길’을 걷는 것처럼 낯설 수도 있다.

그동안 살면서 직관대로 했던 경험이 부족하고 익숙하지 않다 보니 무의식적이며 자동적으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스스로 조절하기가 현실에서는 어렵다는 점이다. 공황장애가 일어나는 이유는 내 마음대로 살지 못했기에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로 생기는 질환이라고 본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억압하는가를 알 수 있다.

정신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정신건강을 돕기 위함이다. 그래서 공황장애로 인한 치유를 목적으로 내원한다고 해도 스스로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이 아플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마음아픔’까지도 사회적 기준에 맞춰 평가하고 죄책감을 갖거나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마음을 편하게 갖고 내 마음속 근본적인 문제를 알아내고 그 안에서 ‘부정적사고의 고리’를 찾아 제거해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는 감각적인 공포를 스스로 떨쳐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확실하면서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경우가 ‘책임의식이 강하고 스스로도 도덕적인 기준이 명확한 성향이 많다’라는 것이다.

자기검열이 많아 일상에서 긴장감이 높은 탓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에 민감해지는 성격이나 성향인 경우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시기에 자신이 애써도 힘든 상황이 반복될 때 뇌의 부정적인 활로가 커져서 ‘긍정적인 신호를 꺼버리는 신체경험‘이 ‘공황발작’으로 오는 것이다.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필자는 공황발작을 경험하고 상담 받으러 경우가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도 성실히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숨쉬기 힘든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이유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는 공포감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지금은 누구나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감기처럼 올 수 있는 마음의 신호인 공황장애를 어떤 큰 질환이나 병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

일반적으로 공황장애는 대체로 청소년기 후기나 초기 성인기에 시작되는데 병의 경과가 다양하기는 하나 만성적인 경향을 가지는 경우가 흔하기에 조기에 발견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현재의 치료수준은 치료경과에 따라 다르지만 30~40% 는 증상이 없어지고 50% 이상은 있더라도 일상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지낼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너무 치료가 늦게 진행되거나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없어 방치할 경우 만성 정신질환으로 남을 수 있기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받을 것을 권고한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모든 상황이 부정으로 인식되는 뇌의 기저에서 오는 자동적인 메커니즘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다.
코로나 시기엔 너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기보다는 그동안 못해본 가족과의 시간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타인과의 접촉이 없어 외롭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 자신과의 접촉의 시간도 충분히 가져보자.

코로나가 준 확실한 선물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취미, 자신만의 레시피를 통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보고 선호하는 음악을 마음껏 즐기고 그동안 못 본 영화를 볼수도 있으며 그를 통해 자신을 돌보면서 지낼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시간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든지 과거에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면 코로나가 주는 기회는 오롯이 자신의 온전함을 즐겨보자.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 경험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각자만의 마음길을 찾는 연습이 필요한 지금, 타인을 인식하지 않으면서도 진정성 있는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나가 지나가고 난 후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오는 스트레스로 힘들어질 때가 있다면 어쩌면 이 시기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혜정 한국아동발달마곡센터 대표
▲한국심리상담마곡센터 대표
▲신세계아카데미 부모교육 강사
▲서울시 국공립 보육기관 부모교육 전임강사
▲강서구 다문화센터 부모교육 전임강사
▲강서교육복지센터 지역전문가 교육 전임강사
▲강서교육복지센터 지역전문가
▲굿 네이버스 서울강서구 부모교육 전문강사
▲서울시 방과후교사 직무교육 강사
▲서울시 교육청 교사연수 강사
▲서울시 강서 양천교육지원청 자문위원
▲자살 예방 강사
▲보웬 가족치료 전문가
▲심리상담 전문가
▲놀이상담 전문가
▲상명대학교 대학원 아동.청소년 상담학과 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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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