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2018년 시행된 이후, 우리 사회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과거에는 죽음을 회피하거나 병원에서 최대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삶의 질과 마지막 존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리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꾸준히 증가하며,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제도 활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마다 등록자가 늘어나며, 2024년 6월 기준 누적 등록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국민들이 자신의 의료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에 적극적임을 보여준다.
말기 환자 또는 임종 과정 환자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사례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환자와 가족들이 무의미한 고통보다는 편안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를 선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고령층의 참여가 높았으나, 현재는 40~50대 등 비교적 젊은 층에서도 사전 의향서 등록이 증가하는 추세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는 연명의료 중단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환자가 원하는 '돌봄의 질'을 포괄하는 사전 돌봄 계획(Advance Care Planning, ACP)의 개념을 정립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ACP는 단순한 연명의료 중단 동의를 넘어, 환자의 가치관, 목표, 선호하는 의료 및 돌봄 방식 등을 미리 논의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다.
이는 환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이나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 중심의 최적화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ACP 교육과 상담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여 의료기관 내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 후 환자가 마지막까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연명의료 중단 후 환자가 곧바로 호스피스로 전환되지 못하고 일반 병동에 남아 적절한 통증 관리 등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연명의료 계획 수립 시 호스피스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 동시에 신속하게 호스피스 병동이나 가정 호스피스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전히 제도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등록 과정이 번거롭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기관을 확대하고, 온라인 등록 시스템을 보완하여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잘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숙고하는 성숙한 계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제도의 보완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삶을 존중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웰다잉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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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