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우 뒤 ‘수인성 감염병’ 주의가 중요한 이유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이수화 가정의학과 교수

▲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이수화 가정의학과 교수

최근 전국적으로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물리적인 피해 이외에도 임시주거시설에서의 집단생활로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 건강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장마철에는 수인성 감염병과 접촉성 피부 질환, 호흡기 질환을 비롯 침수 피해를 겪은 경우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오염된 물, 음식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인성 질환은 폭우와 홍수로 인해 하수, 분변 등의 오‧폐수가 혼합되면서 다양한 병원체가 유입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콜레라, A형간염, 노로바이러스 감염 등이 있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Salmonella Typhi)이 원인으로, 고열, 두통, 복통, 설사 혹은 변비, 발진이 특징이다. 잠복기가 6일에서 30일로 길어서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질환이다. 증상이 발생했을 때 치료하지 않으면 장천공이나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한다.

세균성 이질은 시겔라균(Shigella)에 의해 발생하며, 고열, 복통, 혈변, 탈수 증상을 동반한다. 소량의 균에도 감염될 수 있어 매우 전염성이 높으며, 잠복기는 1일에서 3일이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은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오심, 구토, 설사, 근육통 등을 유발하고 잠복기가 12시간에서 48시간으로 전파 속도가 빠르다.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는 탈수가 심각해질 수 있다.

수인성질환은 오염된 손을 통해 입(hand to mouth)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전, 화장실 사용 후, 외출에서 돌아오고 난 뒤에는 비누를 사용해서 30초 이상의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식수는 반드시 끓여 마시거나 생수를 사용하고, 음식은 가열해서 먹어야 하며, 실온에 1시간 이상 놓아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침수 복구를 할 때 주방 도구는 반드시 소독해야 하고 장화와 고무장갑 등을 사용해야 한다.

또 여름철에는 따뜻한 물에 다양한 균뿐만 아니라 중금속, 화학물질 등이 섞여서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해 발생하는 농가진이 있다. 얼굴, 팔다리에 주로 발생하며 꿀색의 딱지가 주변에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려움증이 동반되고 전염력이 강해 가족간 전파도 흔하다. 치료는 국소 항생제나 광범위 항생제로 할 수 있지만 같이 노출되더라도 주로 어린이, 면역저하자에게 발생하므로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또 중금속, 화학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접촉성 피부염이 있다. 가려움, 발적, 물집, 따가움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며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연고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세균성 봉와직염은 피부진피와 피하조직까지 세균이 침투해서 발생하는 급성 염증 상태로 열감, 홍반, 부종과 함께 심한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심하면 패혈증 위험이 큰 질환이라 조기 항생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 외에도 진균 감염으로 무좀, 완선, 칸디다증 등도 의사의 진료를 받고 치료해야 재발을 막고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상풍은 수인성질환은 아니지만 홍수나 침수가 발생했을 때 상처감염을 통해 걸릴 위험이 증가해, 수해 발생 후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감염병 중 하나다. 흙이나 먼지, 동물 배설물 등에 있던 혐기성세균인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라는 균이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 상처가 났을 때는 즉시 흐르는 물과 비누로 세척하고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파상풍 예방접종은 10년마다 재접종하는데 접종력이 불확실하다면 예방접종을 시행해야 하고, 깊은 상처가 발생한다면 파상풍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같이 해야 한다.

이외에도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을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유행성 각결막염과 같은 결막염, 공기 중에 곰팡이포자로 인해 발생하는 기관지염, 알레르기성 천식 등이 있다. 기저질환이 있다면 면역이 떨어져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쉽게 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환기이며 제습기를 사용하거나, 젖은 물건이나 침수된 물건들은 세탁이나 폐기를 해야 한다.

수해를 직접 입은 경우 물리적 충격뿐 아니라 스트레스, 불면증, 우울감 등 정신적인 문제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정신건강 상담이나 심리적 지지 프로그램도 병행돼야 하고, 기저질환이 있다면 약물 복용이 중단되지 않도록 보건소나 의료지원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재민 임시 거주시설에서는 공동생활로 인한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으므로 개인 위생과 환경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임시 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고, 예방접종도 점검받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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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