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 ‘알레르기 결막염’, 가려움과 충혈 방치하면 안돼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따스한 햇살과 함께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요즘, 꽃가루,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해 눈이 가렵고 충혈되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증상을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자극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반복된다면 면역계의 과민 반응으로 발생하는 ‘알레르기 결막염’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눈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결막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안구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꽃가루, 집먼지, 반려동물의 털이나 비듬, 미세먼지와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 즉 알레르겐에 쉽게 노출돼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러한 항원이 결막을 자극하면 비만세포나 호산구와 같은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히스타민과 같은 염증 유발 물질이 분비되고, 그 결과 눈 가려움, 충혈, 붓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기에 많이 발생하는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은 주로 4~6월 사이에 기승을 부린다. 그 주된 원인으로는 꽃가루, 미세먼지, 황사 등이 있다. 반면 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은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동물의 비듬이나 털 등 실내 환경 요인에 의해 사계절 내내 증상이 지속된다. 이 중 약 80%는 특정 계절에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외에도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경우 ‘아토피 각결막염’이 동반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알레르기 반응을 넘어, 백내장, 원추각막(각막 돌출), 망막박리 등 심각한 안과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어,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정밀 진료가 필요하다.

눈이 가렵고 충혈되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면, 생활 환경을 꼼꼼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계절의 영향, 반려동물 접촉, 침구 정리 후에도 증상이 계속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 진단은 먼저 병력 청취를 통해 가족 중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지, 증상이 언제,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통해 결막, 각막 등을 확대 관찰해 결막 부종과 충혈, 유두 비대 등 알레르기 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전신적 알레르기 검사, 결막 찰과 검사, 결막 유발 검사, IgE(Immunoglobulin E) 항체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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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에는 항히스타민제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해 가려움, 충혈, 부종 등의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장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비만세포 안정제를 함께 사용한다. 히스타민 분비 자체를 억제해 증상 발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항히스타민과 비만세포 안정제의 효과를 겸비한 약제들이 개발돼 많이 사용되고 있다.

증상이 심하거나 급성 염증 반응이 나타난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점안제를 단기간 사용하기도 한다. 경미한 증상에는 충혈과 결막 부종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혈관수축제가 쓰인다. 단, 혈관수축제는 사용을 중단했을 때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반동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예방법으로는 알레르겐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는 외출 시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세안과 샤워로 눈 주변의 항원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좋다. 침구류와 커튼은 주기적으로 세탁해야 한다. 습도를 낮게 유지하고, 짧은 환기와 공기청정기 사용도 도움이 된다.

일부에서 시행하는 소금물로 눈을 씻는 민간요법은 오히려 눈의 섬세한 조직인 결막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하며, 눈이 가렵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반복해 비비는 행위 또한 염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알레르기 증상 완화를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음주는 약물의 부작용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눈은 항상 외부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다양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일시적인 불편함이 아닌 꾸준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따라서 눈에 가려움이나 충혈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삶의 질 저하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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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