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방에서 '염증 질환'은 어떻게 다룰까?

도움말: 배독생기한의원 노윤주 원장

▲ 배독생기한의원 노윤주 원장 
많은 질환들이 염증성 질환에 해당한다. 겨울철 흔한 감기부터 많은 현대인이 갖고 있는 위염, 근육통, 아토피를 비롯한 온갖 피부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등이 모두 염증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많은 질환이 염증 질환에 해당된다고 하지만, 사실 염증이라는 것은 상당히 모호하고 광범위하며 약간은 오해가 섞여있는 개념이다.

염증은 인체의 면역 반응이다. 외부에서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거나, 비정상적인 세포가 존재할 때 저항하거나 제거하는 과정인 것이다. 염증이 발생해야 해로운 물질이 들어왔을 때 몸에서 방어할 수 있으며, 몸의 일부가 손상됐을 때는 조직을 복구해낼 수 있다.

그런데 염증이 과도할 경우 염증으로 인한 증상들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염증은 나쁜 것이고, 억제하고 통제해야 할 것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염증을 억제하는 타이레놀, 아스피린, 스테로이드 등에 자주 손이 가곤 한다.

그렇다면 한방에서는 염증을 어떻게 접근하고 조절하는 것일까? 한방에서는 염증을 원인이 아닌 하나의 증상으로 접근한다. 염증은 증상일 뿐, 염증을 유발한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염증이 분류된다고 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염증이 생겼다는 것은, 그곳에 어떤 자극이 존재했거나, 지속적으로 자극이 가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불에 손을 데이면 화상을 입게 되는데, 이것을 염증이라 한다. 추운 겨울날 귀에 동상을 입는 것 또한 염증이라 한다. 손을 종일 물에 담그고 있으면 습진이 생기는데, 이 또한 염증이라 한다.

불이라는 열기(熱氣), 찬바람이라는 한기(寒氣), 물이라는 습기(濕氣)와 같은 자극이 염증 유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상황 모두 염증이지만, 한방에서는 무엇이 이 염증을 만들었는지에 따라 달리 분류하고 치료한다.

불에 손이 데여 열의 자극으로 발생한 염증은 시원하게 열을 제거해 조직을 재생시키도록 치료를 진행한다. 찬 겨울에 귀가 얼어 발생한 염증은 따뜻하게 해 조직을 재생시키도록 치료한다. 습진이 생긴 손은 손의 습기를 건조시키고 조직을 재생시키도록 치료를 진행한다. 이렇듯 염증을 유발한 원인을 조절해 치료하게 된다.

나무를 생각해보자. 나무는 겨울에 잎이 시들고 줄기가 말라간다. 시든 나무를 치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잎을 자를 수도, 가지를 칠 수도, 짚을 덮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나무에 잎이 무성하고 싱싱하게 만드는 방법은 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한방의 치료다.

한방 치료의 장점은 근본 치료를 함으로써 재발의 가능성을 줄이고,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염증이 발생한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는 해당 자극이 지속돼 염증을 반복시키는 것을 막아준다.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는 세포 재생 또한 억제되므로 조직의 복원이 어려워진다. 염증의 원인을 통제하고 재생력을 높이는 치료는 깔끔한 조직 복원을 가져올 수 있다.

여드름이 났을 때 염증 주사를 맞으면 색소 등의 상처가 남을 수 있지만, 한방 치료를 하면 색소가 남지 않는다. 또 크론병의 장점막은 펜타사를 복용하면 조직 복구가 불가하지만, 한방치료를 통해 조직 복구가 가능한 것이 이에 해당하는 예시다.

오랜 염증 질환으로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를 해왔지만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 지속적인 자극원이 존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직 자체가 재생할 능력이 상실됐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방 치료를 통해 새로운 치료의 접근과 건강한 치료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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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