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지속되는 기침·가래… 감기 아닌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 의심해야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침과 가래가 수개월째 이어지면 흔히 감기나 만성 피로를 의심하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결핵만큼이나 까다로운 만성 폐 감염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바로 결핵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사람 사이의 전파는 거의 없는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이다.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은 결핵균을 제외한 항산균이 폐에 감염되어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항산균이란 세포벽이 단단해 산성 환경에서도 잘 죽지 않는 특징을 가진 세균들의 집합으로, 결핵균과 비결핵 항산균을 모두 포함한다. 이 질환은 초기 증상이 결핵과 매우 유사해 혼동하기 쉬우므로 전문적인 감별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질환의 원인인 비결핵 항산균은 물과 토양 등 자연환경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돗물은 물론 샤워기 헤드, 수도관 내부처럼 물이 정체되는 곳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다행히 균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저하되었거나 기관지확장증, 과거 폐결핵 완치 후유증 등 기존 폐 질환이 있는 경우 감염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기침과 가래가 가장 흔한 증상이며 호흡곤란, 흉부 불편감,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 등이 동반된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체중이 눈에 띄게 줄고 식욕 저하, 미열, 피 섞인 가래(객혈)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단순 기관지염으로 오인해 방치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

진단을 위해서는 정밀 검사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흉부 X-ray만으로는 확인에 한계가 있어 고해상도 흉부 CT 검사와 더불어 반복적인 객담(가래) 검사, 균 배양 검사를 병행한다. 비결핵 항산균은 환경 속에 흔히 존재하므로 한 번의 검출만으로 확진하지 않는다. 임상 증상과 영상 소견, 그리고 반복적인 검사 결과를 종합해 진단하며, 이 과정에서 확인된 원인균의 종류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치료는 균의 종류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환자가 곧바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가볍고 진행 속도가 느리다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병합해 1년 이상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이때 임의로 약을 끊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은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칠 경우 폐 기능 저하로 이어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원인 모를 기침과 가래가 오래 지속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건강한 폐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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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