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면 많은 사람이 따뜻한 국물 요리나 음료를 찾아 몸을 녹이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즐겨 마시는 이 뜨거운 음식과 음료가 사실 우리의 식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식도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을 입에서 위로 전달하는 통로이지만, 위장과는 달리 위산을 막아주는 강력한 보호막이 없어 뜨거운 온도와 같은 외부 자극에 매우 취약하다. 뜨거운 음식을 섭취할 경우 식도 점막에 화상(burn)과 유사한 손상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곧 염증으로 이어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염증과 손상-회복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 발생한다. 식도 점막 세포는 반복된 손상으로 인해 유전자(DNA) 변형이 일어날 위험이 커지며, 이는 결국 식도암 발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섭씨 65℃ 이상의 매우 뜨거운 음료를 ‘발암 가능성이 높음(2A군 발암물질)’으로 지정하여 경고한 바 있다.
일상생활에서 갓 내린 커피나 끓인 국물의 온도는 이 기준을 쉽게 넘어설 수 있으므로, 뜨거운 음식을 자주, 그리고 급하게 섭취하는 습관은 식도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식도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병이 진행되면서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연하곤란), 통증이 느껴지고, 만성 기침이나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식도를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는 바로 섭취하지 말고 충분히 식혀서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2~5분 정도 기다려 한 김 식히거나, 입으로 불어 온도를 낮춘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급하게 마시거나 삼키는 대신 조금씩 천천히 섭취하여 식도에 주는 열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뜨거운 음식 외에도 식도암의 주요 위험 인자인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특히, 평소 위·식도 역류 질환이 있거나 고위험군(흡연자, 음주자)에 해당한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위·식도 내시경 검사를 통해 식도 건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 방안이다.
따뜻한 음식이 주는 위안은 소중하지만, 식도 건강을 위해 온도를 낮추는 작은 습관 변화가 장기적인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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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