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은 세계비만연맹(WOF)이 비만의 위험성을 알리고 인식 개선을 위해 제정한 ‘세계 비만의 날’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단순히 외형적인 변모나 자기관리의 부재로 치부되던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반드시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자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로 규정되고 있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의 급격한 감소는 비만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야기하며, 이는 개인의 건강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전방위적이라 할 수 있다. 과도한 지방 조직, 특히 내장 지방은 체내에서 지속적인 염증 반응을 유발하며 이는 대사 증후군의 시발점이 된다. 혈당 조절 능력이 저하되어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은 물론, 혈중 중성지방 수치의 상승과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의 발병 위험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 그뿐만 아니라 체중 지탱에 따른 관절의 물리적 마모로 인한 퇴행성 관절염, 수면 중 기도가 폐쇄되는 수면무호흡증 등 일상의 질을 저해하는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한다. 최근 의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비만은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암의 발병 기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그 위험성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이다.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의 정립에 있다. 단순히 섭취 열량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기초대사량의 저하와 요요 현상을 초래하여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정제된 탄수화물과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양질의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영양학적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주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조합함으로써 체지방을 연소시키고 근육량을 보존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의학적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다. 위고비(Wegovy)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치료제는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진을 통해 체중 감량에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고도비만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경우에는 위 절제술 등의 수술적 요법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통해 시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의학적 도움은 개인의 의지력 부족을 탓하기보다는 질환의 치료라는 관점에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영역이다.
비만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비만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거두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하는 태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스스로의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며 신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작은 실천이, 백세 시대의 진정한 건강을 담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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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