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최저기온 ‘뚝’… 영하권 새벽 운동, ‘독’ 될까 ‘약’ 될까?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날이 잦아지면서, 이른 새벽부터 야외 운동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영하의 차가운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새벽 운동은 우리 몸, 특히 심혈관계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주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

영하의 기온은 인체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은 외부의 찬 기운으로부터 내부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데, 이 과정에서 말초 혈관이 급격히 수축된다.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흐르는 통로가 좁아지므로, 혈압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특히 기저 질환을 가진 고혈압 환자나 심장 질환자들에게 이러한 급격한 혈압 변화는 치명적일 수 있으며, 자칫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수축된 혈관을 통해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평소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게 박동해야 하는 과부하에 직면하게 된다. 새벽 시간대는 체내 호르몬 변화로 인해 원래 혈압이 다소 높은 경향을 보이는 때이기도 하므로, 찬 공기에 의한 혈관 수축까지 겹치면 심장의 부담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차가운 공기는 호흡기에도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필터링되지 않은 차가운 공기가 기도를 통과하면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고 자극을 받아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유발되기 쉽다. 특히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을 앓는 환자들은 기관지 경련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호흡기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새벽 운동 시 마스크나 머플러 등으로 찬 공기를 걸러주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운동을 습관처럼 이어가고자 한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혜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먼저, 충분한 준비운동은 외부에 나가기 전 실내에서 10~15분간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근육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부상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심장 박동수를 서서히 올려 혈압의 급격한 상승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철저한 보온 대책이 필수적이다. 옷은 두꺼운 것 하나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것이 체온 유지 및 조절에 효과적이다. 또한, 체열 손실이 많은 머리와 귀를 덮는 모자, 그리고 마스크나 머플러를 착용하여 찬 공기가 직접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운동 강도의 조절과 시간대의 조정이 필요하다. 영하의 기온에서는 심장에 부담을 주는 고강도 운동보다는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 위주의 저강도 운동이 권장된다. 또한,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 4시부터 아침 8시 사이를 피하여, 햇볕이 들기 시작하는 늦은 시간이나 차라리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영하권의 새벽 운동은 건강 증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중한 준비와 충분한 주의가 요구되는 활동이다. 특히 고위험군 환자들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고,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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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