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불안 해소제?... 둔갑된 전문의약품, 치명적 부작용 우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수험생, 직장인 등 특정 집단 사이에서 특정 전문의약품이 본래의 치료 목적과 달리 집중력 강화나 불안 증상 완화를 위한 용도로 오용 및 남용되는 사례가 심각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 치료제나 향정신성의약품이 이러한 오남용의 대상이 되면서, 사용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특정 심혈관 치료제는 본래 고혈압, 부정맥 등 심장의 비정상적인 활동을 조절하고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심장 박동수를 낮추어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약물이 긴장감이나 발표 불안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 증상(심장 박동 증가, 손 떨림 등)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의사 처방 없이 '불안 해소용'으로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약물 오남용은 심각한 건강 문제와 위험성을 가진다. 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가진 사람이 복용할 경우, 심박수를 과도하게 낮춰 서맥(느린 맥박)이나 심각한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실신, 어지러움을 넘어 심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또한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이 복용할 경우 기관지 수축을 유발하여 호흡 곤란 등 기존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불안 증상 발생 시 약물에 의존하는 습관이 생기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심리적 의존성을 키우게 되기도 한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환자의 집중력 및 주의력 향상을 위해 엄격하게 처방되는 전문 치료제이다. 뇌의 특정 신경전달물질 수치를 조절하여 작용한다.

하지만 그 약효가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알려지면서, ADHD 진단이 없는 일반 수험생들이 시험 기간 등 단기적인 효과를 위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인하여 불법 경로를 통해 약물을 획득하고 복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약물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며, 오남용 시 강한 중독성을 가진다. 정상적인 뇌 기능을 가진 사람이 복용할 경우 뇌의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이 교란되어 만성적인 우울증, 불안 장애, 환각 등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약물의 오남용은 심리적·육체적 의존성을 빠르게 유발하며, 이는 약물 남용의 심화로 이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혈압과 심장 박동수를 급격히 증가시키므로, 심혈관계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기존에 인지하지 못했던 심장 문제를 악화시킬 위험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전문의약품은 특정 질환 치료를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도구일 뿐, 건강한 사람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보조제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집중력 저하나 불안 문제가 있다면, 약물 오남용이라는 위험한 길을 택하기보다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수면 관리, 명상, 인지행동 치료 등 약물 없이도 집중력을 높이고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찾는 것이 건강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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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