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삼선병원 비뇨의학과 이권경 과장

‘고환’은 태아 시기에 복강 내 존재하다가 약 23주에서 35주 사이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금의 모습처럼 고환이 담긴 주머니인 ‘음낭’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하강 과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다시 올라가게 되면 ‘잠복고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출생 후 3개월 이내에 자연적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1세 이후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고환에 조직 변성이 생겨 불임의 원인이 되거나 고환암 발생의 위험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생후 6개월에서 12개월 내 적절한 평가와 함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10개월을 다 채워 태어나도 1~3% 잠복고환이 보이며, 미숙아의 경우에는 30% 정도까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국에 9명이 있으며 그중 7명이 서울에 근무한다. 더욱이 5년이 지나면 전국에 6명의 전문의만이 진료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증상을 발견하고도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아주 드문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병원을 찾아 방문해야할지 진료실을 찾은 환아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 사례1 생후 15개월 남자아이 A는 샤워 중 우연히 발견한 음낭 이상으로 내원했다. 울고 보채는데 음낭이 불쑥 커졌다가 다시 작아진 것이다. 외래진료에서 신체 진찰과 문진을 통해 ‘교통성 음낭수종’이 진단돼 수술적 치료를 받았다.
# 사례2 생후 46개월 남자아이 B는 24개월 무렵부터 고환이 음낭 안에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을 발견했으나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지내왔다. 그러던 중 최근 아이가 “여기가 자꾸 아파”라고 울어 자세히 살펴보니 사타구니 주변에 염증과 발적이 보여 병원을 급히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고환염전과 함께 이소성 고환이 진단돼 고환 절제술을 받았다.
# 사례3 생후 28개월 남자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고환이 쏙쏙 땡겨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소견이 발견됐다. 간단한 신체 진찰로 고환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견축고환’으로 진단돼 경과 관찰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고환이 대부분 샅 쪽으로 당겨져 있어 급히 수술이 필요한 ‘활주고환’이 아니라고 진단됐기 때문이다.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며, 적절한 성장 시기에 따른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늦은 것이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처럼, 발견되는 즉시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상담하는 것이 아이의 고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