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요실금을 홈쇼핑 운동기로 치료한다는 환상

리에스여성의원 정창원 대표원장

▲ 리에스여성의원 정창원 대표원장 

최근 홈쇼핑을 보면, 미용, 건강, 헬스 제품들을 많이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관점에서 봤을 때 대부분의 제품들이 과연 얼마나 광고하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쇼호스트의 화려한 미사여구 설명에, 현란한 동영상 화면에, 일반인들이 착각하기 쉬운 나름(?) 객관적인 증거까지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심지어 진짜 의사까지 방송에 섭외하여 그 치료효과를 그럴 싸하게 보이기 위해 포장하기까지 한다.(실제로 홈쇼핑닥터라고 불리는 의사들이 존재한다. 일회당 출연료가 매우 높기 때문에 혹은 방송에 나가서 얼굴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의사의 양심을 팔아먹는 의사가 존재한다.) 거기다가 저렴한 가격이라는 무기까지 내세우니 시청자들은 어차피 효과가 없더라도 싼 가격에 한번 속는셈치고 사게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실금 치료기라며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기계도, 많은 시청자들이 ‘정말로 기계만 쓰면 요실금이 다 치료될거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방송에서 나오는 기계들은 앉아만 있어도 저주파 등의 외부자극을 통해서 질을 둘러싼 골반저근육을 강화시켜 요실금을 치료시켜준다는 것이다. 거기에 기계를 사지 않아도 되고 한달에 몇만 원 밖에 안되는 저렴한 비용에 렌탈까지 해준다고 하니, 환자들은 ‘비싸지도 않고, 간단하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치료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환상적이겠는가. 그래서 대부분 병원에 먼저 가는 대신에 인터넷으로 혹은 전화기로 기계를 쉽게 렌탈 또는 구매해버리고 만다.

실제로 본원에서 요실금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과 면담하다보면, 홈쇼핑에서 기계를 구매해서 사용했으나 효과가 없어서 병원을 찾았다는 얘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당연히 매달 몇만 원의 렌탈비는 별로 비싸지 않으므로 그냥 다 버렸다 생각하고 말이다.

요실금은 여러 종류가 있다. 케겔운동 강화를 통한 요실금치료는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따라서 일단 복압성 요실금이 맞는지 병원에서 정확한 진찰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홈쇼핑이 집에서 손가락 하나로 쉽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혹은 병원에 가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너무나도 쉽게 홈쇼핑에 치료를 맡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결국 환자들의 손해로 연결된다. 기계가 아무리 한달에 몇만 원 렌탈로 비싸지 않다해도 결국 그 렌탈을 다 채우게 되면 병원에서 치료받는 비용보다도 더 비싸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홈쇼핑 비용이 아무리 싸다하더라도 치료효과면에서 소용이 없다면 무슨 의미일까. 집에서 스스로 공짜로 할 수 있는 케겔운동이 복압성 요실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케겔운동도 요실금치료에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소개에 너무 치우쳐져 있다 보니 그 효과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환자들이 많다.

복압성 요실금의 가장 큰 원인은 자연분만으로 인한 골반저근육의 물리적 손상과 늘어남인데, 이는 케겔운동만으로 완전히 복구하기는 어렵다. 물론 손상의 정도나 그에 따른 요실금의 심함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노화에 따라서 근육은 계속 더 약해지므로 결국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복압성 요실금에는 중부요도슬링거치법의 TOT 라는 수술방법이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잡혀 있고, 의료보험공단에서도 의료보험혜택까지 주고 있어 환자들도 부담없는 가격에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수술자체도 20분 정도로 끝나는 매우 간단한 수술이다.

케겔운동을 제대로 한다고 해도 요실금치료에 효과가 제한적인데, 그나마도 케겔운동 효과를 크게 내려면 실제로 본인이 골반저 근육을 과도하게 수축했다 풀었다를 반복해서 근섬유의 발달을 이뤄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앉아서 저주파의 자극만 받아서는 근섬유가 크게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가만히 기계위에 앉아있는 방법보다는 질안에 기구를 삽입해서 직접 근육을 조이는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홈쇼핑은 확실히 판매가 주목적이지, 환자에게 올바른 의학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뒷전으로 밀릴수 밖에 없다. 홈쇼핑이나 기계회사들은 환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이건 다른 운동기계들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보통 환자들은 운동하기를 귀찮아 한다. 그러니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운동이 된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가. 보통 환자들은 병원가기를 귀찮아 하고 수술받기를 막연히 무서워한다. 그러니 집에서 간단히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달콤한 말이겠는가. 이런 건강기능 식품이나 기계는 아주 여러 다양한 홍보수단을 통해서 환자들의 심리까지 이용해가며 대량으로 광고되고 있는 반면에, 병원의 제대로 된 광고는 법적으로도 매우 제한적이고 그 물량이 적기에 환자들은 잘못 알 수 밖에 없다.

정말 방송처럼 저런 기계로 요실금이 치료가 된다면 요실금을 치료하는 수술법이나 병원들은 없어져야 맞지 않는가? 저렇게 간단히 앉아서 기계로 치료가 된다면 병원에서도 그 간단한 기계를 권하지 굳이 수술을 할 필요도 없거니와, 의료보험공단에서도 저 기계에 의료보험 혜택을 줘야 맞지 않겠는가?

물론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요실금기계도 나름의 기계로서 최소한의 효과는 있기에 광고가 가능하다. 당연히 아주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는 저 기계라도 사용하는 것이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돈을 내는 것에 비하여, 방송에서 표현하는 정도에 비하면 효과가 매우 약하다.

예를 들어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트럭으로 모래를 퍼냈다고 치자. 당연히 모래의 양은 줄어든 것이다. 홈쇼핑에서는 해운대 모래가 줄었다는 객관적 증거를 들이대며 모래가 줄었다고 하겠지만, 만약 이를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 과연 해운대 모래가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줄었다면 과연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줄었을? 홈쇼핑에서 파는 수많은 건강기능식품들도 다 이런식으로 객관적 증거는 있겠지만, 과연 그들이 광고하는 효과정도까지 실제에서도 얼마나 있을까는 회의적이다.

홈쇼핑에서 요실금기계를 광고하더라도, 실제 의학적 사실에 대해서 정보도 제대로 제공했으면 좋겠다. 병원에 가서 먼저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복압성 요실금치료는 수술이 확실한 방법이고, 절박성 요실금은 약물치료이며, 수술후에 보조적 방법으로 케겔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케겔운동도 제대로 근육을 운동시키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고, 그나마도 귀찮아서 하기 싫거나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앉아서 하는 케겔운동기계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의사인 저자가 홈쇼핑을 보고 있어도 ‘와 정말 광고 너무 잘 만드는 구나’라고 느낄 정도인데, 과연 일반인들중에 이런 객관적사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저 기계를 구매하고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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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