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업무상 뇌심혈관계질환의 심각성과 발병 원인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윤간우 과장

▲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윤간우 과장 

일하다, 또는 일 때문에 생기거나 악화된 병은 ‘직업병’이라고 한다. 직업병 중에는 산재보상이 되는 직업병과 산재보상이 되지 못하는 직업병이 있다. 산재보상 결정 여부는 병원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한다.

산재보상이 되는 직업병은 조건이 까다롭다. 전체 직업병 중 일부만이 산재보상이 된다. 산재보상이 되는 직업병의 종류는 먼지로 인한 진폐증, 소음으로 인한 난청, 금속/화학물질 등에 의한 중독, 근골격계질환 그리고 뇌심혈관계질환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직업병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산재보상이 된 직업병의 규모는 통계로 알 수 있다. 2013년에는 산재로 보상받은 직업병 규모가 7,600여 명이었다. 2016년까지 유지되다가 2017년에 9,100여 명, 2019년에는 1만 4천여 명이며, 2020년에는 1만 5천9백여 명, 2021년에는 2만 4백여 명, 2022년에는 약 2만 3천여 명이다.

산재보상이 된 직업병 중 가장 많은 것은 근골격계질환이다. 2013년에 산재로 보상받는 근골격계질환이 5,000여 명이었는데, 2019년에는 100% 증가해 약 10,000여 명, 2022년에는 11,900여 명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먼지로 인한 진폐증과 소음으로 인한 난청이다. 뇌심혈관계질환의 경우는 2013년에 680명 정도였으나, 2022년에는 약 1,000여 명에 달한다.

인공지능기술, 빅데이터 등 산업의 생태계가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다수 노동자는 힘든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이로 인해 직업병 환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산재로 보상된 직업병 규모가 이 정도이고, 보상되지 않는 직업병은 훨씬 더 많다.

산재로 보상된 직업병 규모 통계에서 뇌심혈관계질환은 근골격계질환, 진폐증, 난청 다음이다. 근골격계질환 규모의 10분의 1수준이다. 규모 면에서는 숫자가 적지만, 심각성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직업병이다.

심뇌혈관질환이란 뇌혈괄 질환과 심장혈관계 질환을 합해서 부르는 명칭이다. 직업성 뇌혈관계 질환은 뇌출혈과 뇌경색이다. 뇌출혈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발생한 경우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서 더 이상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이다.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 신체 마비다 발생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직업성 심장혈관계 질환은 심근경색과 협심증이며, 대동맥류도 포함한다.

산재로 보상된 직업병 사망 통계를 보면,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이 심뇌혈관계질환이다. 질환의 특성상 근골격계질환이나 난청의 경우 사망자는 없다. 진폐증의 경우는 30~40%가 사망자이고, 뇌심혈관계질환의 경우는 50~60%가 사망자이다.

뇌심혈관계질환의 발생률은 근골격계질환보다 높지만, 사망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므로 심각성은 매우 높다. 심각한 질환일수록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질환이 발생한다면 치료비와 노동력 손실에 대한 보상을 위해 산재로 보상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업무상 뇌심혈관계질환 발병과 관련된 위험 요인은 장시간 근무, 야간근무, 직무 스트레스 등이다.

①장시간 근무의 영향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김은아 원장은 “장시간 근로와 관련된 건강 문제는 단순한 피로감이나 소화불량 등의 자각증상으로부터, 만성적인 위염이나 수면장애와 함께 당뇨병, 심근경색증 같은 심각한 질환까지 다양하게 보고된다. 뿐만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건강행동, 규칙적인 운동의 부족 등 생활습관 요인도 장시간 근로와 관계된다. 이러한 건강 영향 중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심혈관계질환이고 최근 이와 관련하여 가장 환발하게 연구가 되고 있다. 2012년 출판된 한 연구는 지금까지 보고된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들을 분석해 본 결과, 장시간 근로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심근경색증 위험이 약 40%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②야간근무
야간근무는 교대제나 고서적인 야근근무를 오래 하는 경우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인하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에 따르면 “야근근무는 생체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통해 호르몬과 위산 분비, 기관지 반응, 혈압, 성욕, 불안, 일 수행 능력, 대사율, 단기 기억, 가족간의 상호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③직무 스트레스의 영향
직무 스트레스란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이다. 업무량이 많은 경우, 본인이 업무량 및 업무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일을 한 만큼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경우, 근무 평가 등 조직 체계가 불합리한 경우, 고용이 불안정한 경우 등이 직무 스트레스에 해당한다. 업무 중 발생하는 폭언, 폭행, 성폭력 등도 가장 높은 직무 스트레스 중 하나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