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트레스가 '섬유근육통'의 원인이 될 수 있나?

도움말: 오상신경외과 오민철 원장

▲ 오상신경외과 오민철 원장 
전신에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들이 수많은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섬유근육통’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이런 진단을 받게 되기까지 4~5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0.5~5% 정도에서 발병할 만큼 드물지 않은 섬유근육통은 진단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생 끝에 진단돼도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경우가 많아, 현대 의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질환 중에 하나로 생각됩니다.

섬유근육통이란 무엇이고, 어디에 생긴 통증인가?
섬유근육통에서 ‘섬유’라는 것은 인대나 힘줄 또는 근막 등의 섬유 조직을 말합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해주고, 힘줄은 근육을 뼈에 붙여 주는 섬유 조직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근막이란 근육을 싸고 있는 껍질이나 막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섬유근육통의 어휘상 의미는 인대, 힘줄, 근막 등의 섬유 조직과 근육 자체에 발생하는 통증이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무수히 많은 인대와 힘줄 및 근육과 근막이 있어, 실제로 섬유근육통은 온몸이 아플 수 있는 것입니다.

섬유근육통이 있는 경우 통증 못지않게 괴로운 증상들이 잘 동반됩니다. 대표적으로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 소화불량 및 만성피로 증상들이 있습니다. 또 섬유근육통이 만성화되면 인지기능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증상들은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흔히 동반되는 증상들에 해당합니다.
▲ 사진제공=오상신경외과 

섬유근육통은 MRI로 진단되나?
척추나 관절 등의 통증을 진단할 때 대부분 MRI를 기준으로 진단하지만, 섬유근육통은 MRI가 아닌 임상적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섬유근육통은 특정 부위 한두 군데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전신 통증이 특정인데, 그림에서 보이는 18개의 압통점 중 7개 이상에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섬유근육통은 스트레스와 어떤 연관이 있나?
인체의 항상성 유지 역할을 하는 자율신경계는 긴장과 관련된 교감신경과 긴장의 이완과 관련된 부교감신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섬유근육통을 호발하는 신경의 예민함이 있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교감신경항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자율신경의 밸런스가 깨진 이들이 많습니다. 즉, 자율신경의 조절능력이 떨어진 자율신경실조증에서 섬유근육통이 호발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섬유근육통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는 40대 이상의 여성에서 호발하고, 가족력도 있습니다. 발생기전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 중에서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어 발병한다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데, 이는 중추신경계가 예민해져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교감신경이 항진되거나 중추신경계가 예민해지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미인데, 여기에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바로 과도한 또는 지속되는 스트레스입니다.

섬유근육통은 어떻게 치료하나?
현재 일반화된 치료법은 소염진통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항경련제 등의 약물치료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고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나 개선은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유근육통은 발생기전이나 증상 및 치료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되는 자율신경실조증과 너무나 흡사한 면이 많습니다. 따라서 자율신경실조증을 치료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육체적, 정신적, 화학적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일상생활 속의 습관들이 일시적인 증상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약물치료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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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