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태원 참사 후 늘어나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도움말: 오상신경외과 오민철 원장

▲ 오상신경외과 오민철 원장 
지난 10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거리인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참가했던 156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지나간 악몽 속의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등의 사고와 달리, 시내 한 복판 길거리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이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 참사 후 대중이 모이는 행사나 버스 안 또는 지하철에서 인파가 많아지면 이태원 참사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평소보다 유난히 불안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공황, 불안,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공황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공황장애와 공황발작
최근에 많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앓았던 사실을 고백하면서 널리 알려진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하위 개념입니다. ‘공황’ 자체는 정신질환은 아닙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충격에 의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공황발작’은 극도의 공포심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 신체증상이 동반된 죽음에 이를 것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이처럼 극도의 불안 증상이 불시에 기습하기 때문에 발작이란 표현을 씁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공황발작이 주요한 특징인 질환입니다. 아직 이태원 참사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관계로 통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일정기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이번 사건 후 이러한 공황장애나 기타 불안장애 관련 질환이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황발작보다 더 두려운 예기불안
공황장애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은 언제 또 발작적으로 공황이 몰아칠지 모른다는 공황발작에 대한 예기불안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예기 불안은 우리의 신경계를 지속적으로 긴장상태로 몰아가 스트레스나 긴장에 반응하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슴 두근거림, 호흡 곤란, 소화 장애, 수면 장애, 만성 통증 등이 대표적인 자율신경 기능과 연관된 신체 증상입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가 몰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런 예기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적절한 대처가 중요합니다.

공황장애, 다양한 치료와 관리법
일반적으로 공황장애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를 포함한 정신 치료가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공황장애는 약물에 반응이 좋은 편이지만 재발이 워낙 많습니다. 따라서 감기처럼 증상이 좋아지자마자 약물을 중단하면 안 되고, 재발을 막는 유지 치료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는 특징도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란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부정적 기억이나 감정을 변화시키도록 훈련하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입니다. 공황장애를 비롯한 각종 불안장애, 공포증, 중독 치료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는 약물치료 못지않게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행해도 개선이 미약하거나 증상이 너무 심해서 응급실을 종종 찾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이나 인지 행동 치료 이외에 긴장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신경의 흥분을 감소시켜주는 교감신경 주사치료 방법이 도움 될 수 있습니다. 또 예민해져 있는 뇌를 치료하는 ‘뇌 물리치료’ 방법인 T.M.S.(경두개 자기자극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병원에서 시행하는 치료 외에도 복식호흡, 명상 등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생활습관을 병행하면 공황장애나 불안장애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습관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다양한 신체 증상을 일상생활 중에서 슬기롭게 관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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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