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지하철도 1군 발암물질 ‘풀풀’... 끝나지 않은 ‘석면’과의 전쟁

▲ 사진=헬스위크 

서울지하철의 한 역사 내에서 석면제거 공사가 한창이다. 경상남도 소재 58개 초등학교도 올해 여름방학 기간동안 석면제거 공사를 했다. 이는 2012년 4월부터 시행된 건축물 석면관리제도에 따른 것. 건축물 석면관리제도는 공공건물, 학교, 다중이용시설 등의 석면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석면관리제도 10년 차를 맞은 올해,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는 석면이 남아있다. 서울환경연합 등 환경·시민단체에 따르면, 서울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57%에 해당하는 1,213곳은 석면이 철거되지 않았다. 경기도에도 3,300곳의 석면 건축물이 남아있다. 이 가운데 학원이나 병원 등이 20%, 대학교와 어린이집은 각각 17%에 달한다.

석면은 과거 건축자재로 많이 쓰였다. 열과 각종 부식에 강하고 가격이 저렴해, 건물 외벽, 바닥재, 단열재와 방음재, 천장재, 지붕재 등 건축자재로 사용됐다. 석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이 자재가 파손이 되거나 흠집이 생겨 비산이 될 경우 위험성은 커진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 국내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석면 피해자는 매년 수백 명씩 새로 확인되고 있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석면은 인체에 소량만 노출돼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 석면이 체내에 쌓이고 잠복기를 거쳐 10~40년이 지나 질환으로 나타난다. 이에 아동기에 석면 가루에 노출될 시 수년에서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발병 등 신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석면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과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의 호흡기질환, 후두암, 난소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흉막에 생기는 악성중피종의 80% 정도는 석면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발생, ‘석면암’으로도 불리는 질환이다. 악성 중피종은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호흡곤란과 흉통이 흔한 증상이며, 질환이 진행할수록 체중 감소, 마른기침과 함께 호흡곤란이 악화된다. 5년 생존율 9~10% 정도다.

실제로 29세 이 모 씨는 18세에 악성중피중을 진단받고 병마와 싸우며 10년 넘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학조사를 통해 이 씨가 태어나고 자란 집의 지붕으로 쓰인 슬레이트에서 석면이 확인됐고, 이 씨가 다녔던 학교와 학원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이 씨는 “한쪽 폐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고 수십 번의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면서 “나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의 일상을 빼앗는 ‘침묵의 살인자’ 석면. 석면 제거 작업이 안전하고 조속하게 이뤄지도록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방안,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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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