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협하는 '만성 변비'...대장암·유방암 등 유발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변비란 대장의 연동운동 저하로 원활한 배변이 진행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변이 딱딱하고, 주 2회 미만으로 배변을 보고, 배변 시 통증이나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 변비에 해당된다.

만약 매일 대변을 보더라도 잔변감이 있다면 변비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변을 보는 횟수가 주 2회더라도 변이 딱딱하지 않고 잔변감 없이 시원하다면 변비가 아니다.

만성 변비가 대장, 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변비를 방치하면 전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만성 변비가 위험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변비로 유발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치질이다. 굳은 변을 배출하기 위해 항문에 무리하게 힘을 주다 보면 항문이 바깥으로 빠져나오거나, 항문관 부위가 찢어지는 치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심한 통증으로 변을 참게 되는 습관이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변비 증세를 더 악화시킨다.

변이 장에 오래 머물러 있게 되면 수분을 계속 흡수하면서 점점 돌처럼 굳어진다. 이 상태를 분변매복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장이 틀어막히는 장폐색이 나타나고, 이는 심한 복통과 구토를 유발한다.

장폐색 증상을 모르고 계속 방치할 경우 장내 가스로 인해 장이 부풀어 오른다. 이때 괴사가 생기고, 부풀어 오른 장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터질 수 있다. 이를 장 천공이라고 하는데, 급성 복막염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심할 경우 염증이 전신에 퍼져 패혈증까지 유발될 수 있다. 패혈증은 사망 위험이 큰 위급상황이다.

평소 혈압이 높다면 만성 변비는 더 위험하다. 무리하게 배변을 하기 위해 너무 힘을 준 나머지, 혈압이 급격히 오르면서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 건강은 우리 몸의 면역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장에는 면역 세포의 약 70%가 모여있다.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물과 각종 유해물질이 장에 쌓이면 독소가 나오면서 염증이 생긴다. 이때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뚫린 장벽을 통과하며 혈관을 통해 전신에 퍼진다. 해로운 물질들은 몸 곳곳에 문제를 일으켜 각종 질병을 야기한다.

만성 변비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일으켜 신장병의 위험도 높인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는 만성 염증을 일으켜 신장기능 손상으로 이어진다. 만약 변비 환자 중 잔뇨감이나 통증이 있다면 꼭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변비 환자는 변을 볼 때 힘을 주면서 복압이 높아지는데, 이때 방광이 자극되면서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과민성 방광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변비는 힘을 심하게 주는 것을 반복하며 골반 근육을 내려가게 하고, 항문 괄약근의 기능을 저하시켜 변이 새는 변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변이 장에 오래 머무르면 인체에 해로운 독성 물질뿐 아니라 암 유발 인자도 생성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의과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 매일 변을 보는 여성에 비해 주 2회 이하로 변을 보는 여성은 유방암의 위험성이 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비는 유방암의 주된 원인인 나쁜 에스트로겐의 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남성도 예외일 수 없다. 대장암 환자 7명 중 1명은 대장암 진단 전 변비를 경험했다는 대한대장항문학회의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남여 모두 변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변비를 방치하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일본 도호쿠대학에서 배변 건강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에 대해 성인 4만 5112명을 1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배변 활동이 적을수록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 장내 세균의 변화가 고혈압, 동맥경화 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변비는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약 95%가 장에서 생성된다. 장내 유해균이 증가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되므로 변비가 해소돼야 우울감도 사라진다.

이처럼 만성 변비는 요실금 및 변실금, 우울증, 신장병, 암 등을 유발하므로 식습관 및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대장암이나 선천성 거대 결장 등의 기질적인 원인으로 변비가 생길 수 있으므로, 변비가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대장내시경, CT 검사 등을 통해 종양이나 염증성 장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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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