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 퇴근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톡 쏘는 탄산과 알싸한 목 넘김은 하루의 피로를 싹 날려주는 듯한 느낌을 주며, 많은 이들이 여름밤의 낭만을 맥주와 함께 즐기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무심코 들이키는 맥주가 우리의 건강에 예상치 못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여름철은 땀을 많이 흘려 탈수 위험은 높은 계절이다. 그런데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속 수분을 더 빠르게 배출시킨다. 즉, 시원한 맥주를 마실수록 오히려 몸은 더욱 탈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탈수는 두통, 피로감,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열사병와 같은 심각한 온열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맥주를 마실 때는 반드시 물을 함께 섭취해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기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맥주에 포함된 알코올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차가운 맥주는 장 운동을 저해해 설사나 복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과음은 간에 큰 부담을 줘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염의 위험을 높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맥주는 칼로리가 상당해 비만을 유발할 수도 있다. 맥주 한 캔은 보통 200~250kcal에 달하는데, 이는 밥 한 공기의 절반에 육박하는 열량이다. 더운 여름날 갈증 해소를 위해 여러 캔을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기 쉽다. 여기에 기름진 안주까지 더해지면 ‘맥주 배’라고 불리는 복부 비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저해하기도 한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에 맥주 한 잔이 수면을 유도하는 듯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 장기적으로는 수면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알코올은 얕은 잠을 증가시키고 깊은 잠을 방해해 충분한 숙면을 취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뇨작용으로 인해 밤중에 화장실을 자주 가게 돼 수면이 단절될 수도 있다. 다음 날 아침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숙면을 위해서는 취침 전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주는 즐거움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과하게 즐기는 것은 금물이다. 과음을 피하고 적당량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며, 맥주를 마실 때는 물을 함께 마셔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또 기름지고 자극적인 안주보다는 채소, 과일 등 신선한 안주를 선택하고,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율이 높아지므로 간단하게라도 식사를 한 후에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뜨거운 여름,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위해서는 맥주 한 잔의 유혹은 현명하게 이겨내고 건강한 음주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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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