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삶의 마지막 정거장 ‘호스피스 병동’, 고통은 줄이고 존엄은 높인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며 수명은 늘어났지만, 역설적으로 병원 침상에서 기계에 의존해 고통스러운 임종을 맞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죽음'이 아닌 '남은 삶의 질'에 집중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암이나 만성 간경화 등 말기 질환으로 인해 회복 가능성이 희박해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 서비스이다. 이곳의 목적은 질병의 완치가 아니라, 환자를 괴롭히는 신체적 통증을 조절하고 정신적·사회적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있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가 하나의 팀을 이루어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가 느끼는 극심한 통증을 전문가가 세심하게 관리해 준다는 점이다. 일반 병동에서는 다소 소극적일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 등을 통해 환자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혜택이 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상급 병실 이용료나 전문 간병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낮아졌으며, 이는 간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또한, 환자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거나 가족과의 추억을 기록하는 정서적 프로그램은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정서적 안도감을 제공하며, 임종 후 남겨진 가족의 슬픔까지 돌봐주는 사별 가족 지원 서비스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와 고려해야 할 단점도 존재한다. 호스피스에 입원한다는 것은 수명 연장을 위한 공격적인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중단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환자와 가족에게 자칫 '치료 포기'라는 심리적 죄책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또한,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나 심정지 상황에서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같은 연명 의료를 시행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해야 하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가족들에게는 심리적 고통이 따를 수 있다. 전국적으로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하여 입원을 원해도 한참을 대기해야 하는 현실적인 장벽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무조건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익숙한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가정형 호스피스'나 일반 병동에 있으면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자문형 호스피스' 등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환자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에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호스피스는 단순히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가장 따뜻하고 평온한 시간을 선물하는 곳이다. 죽음을 금기시하고 외면하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그 정거장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와 가족이 서로의 손을 잡고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웰다잉(Well-Dying)이라 할 수 있다. 호스피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존엄한 죽음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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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