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COPD의 날] 만성 폐쇄성 폐질환, 단순한 기침이 아닌 ‘숨 막히는 삶의 그림자’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매년 11월 16일은 전 세계가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예방을 촉구하는 ‘세계 COPD의 날(World COPD Day)’이다. COPD는 흔히 '담배 천식 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매년 겨울철마다 많은 환자들이 실제로 '숨 막힘'을 호소하며 의료기관을 찾게 만드는 심각한 호흡기 질환이다.

COPD는 주로 담배 연기를 비롯한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기도의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원인이다. 이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6~10%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병이지만, 한국에서의 유병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높은 유병률은 과거의 높은 흡연율, 결핵 유병률, 직업적 화학물질 및 심한 대기 오염 노출, 그리고 과거의 연소 환경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추정된다. 특히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재, COPD의 유병률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환자 수 증가도 함께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 흡연 경험이 있거나 만성적인 오염 및 연소 물질에 노출된 기왕력이 있는 분들은 자신이 COPD 위험군에 속하는지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은 폐실질의 파괴(폐기종)를 유발하고, 기도 내 점액 과분비 및 섬유화(소기도 협착)를 초래한다. 그 결과로 기류 제한과 공기 걸림이 발생하여 COPD 환자들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인 만성적 호흡곤란을 유발하게 된다. 동년배들과 함께 활동할 때 숨이 모자란 느낌이 들거나, 수년 전에는 괜찮았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다고 느껴진다면 호흡곤란을 의심하고 병원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은 늘 일정한 것이 아니라 매일 변동할 수도 있다.

만성 기침 역시 COPD의 흔한 증상이다. 문제는 환자들이 이 기침을 단순 흡연이나 환경 노출 때문이라고 여기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기침은 초기에는 간헐적이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매일, 때로는 하루 종일 지속되기도 한다. 가래가 동반될 수도 있으며, 이는 소량의 끈끈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만약 다른 원인 없이 가래가 3개월 이상 2년 연속 동반된다면 만성기관지염으로 정의되며, 가래가 누렇게 화농성으로 변할 경우에는 염증 악화를 의미하므로 신속한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쌕쌕거리는 소리(천명음), 흉부 압박감, 피로 등의 증상이 환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

COPD가 의심되어 의료진을 만나게 되면, 환자는 호흡곤란의 정도와 삶의 질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COPD 진단의 핵심은 폐활량 측정(Spirometry)으로, 이를 통해 기류 제한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한다. 이와 함께 혈액 검사를 통해 호산구 수치를 평가하고, 흉부 X선 검사, 흉부 CT, 폐용적 및 폐확산능 검사, 그리고 산소포화도 및 동맥혈 가스 검사 등을 시행하여 COPD 진단 및 동반 질환 평가를 종합적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조기 진단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 COPD의 정의에 합당하지 않더라도, 장차 질환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군을 미리 발견하여 추적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폐기능 검사에는 아직 변화가 없으나 COPD 환자에게서 보이는 특정 영상 소견(흉부 CT)이 있거나, 호흡기 증상은 있으나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환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초기 단계의 환자들에게 조기에 적극적인 관리를 시행한다면, 환자들이 심각한 COPD로 고통받는 경과를 막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COPD의 날을 맞이하여, 과거의 흡연 경력이나 무시하기 쉬운 만성적인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폐 건강을 위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폐활량 검사를 포함한 종합적인 진단을 받아보기를 권고한다. COPD는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수록 더 나은 호흡 기능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