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운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미각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법으로 여겨지곤 한다. 뜨겁고 알싸한 매운맛이 주는 강렬한 자극은 일시적으로 다른 생각을 잊게 하고, 땀을 흘리면서 몸속의 열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개운함을 느끼게 해주는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
매운 음식을 섭취할 때 느껴지는 통증은 뇌에서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엔도르핀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며, 통증을 완화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매운맛을 통해 얻는 일종의 통증이 오히려 즐거움으로 전환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는 경험은 몸속의 답답함이나 긴장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줘 심리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매운 음식의 주성분인 캡사이신은 스트레스 해소 외에도 신진대사 촉진 및 체중 관리에 도움을 주고, 통증 완화 및 항염증 효과, 심혈관 건강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캡사이신은 체온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데, 이는 칼로리 소모를 증가시켜 체중 감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매운 음식은 포만감을 높여 과식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캡사이신은 신경 말단의 통증 수용체를 자극해 엔도르핀 분비를 유도하고, 이는 통증 완화에 기여한다. 그리고 항염증 특성을 가지고 있어 만성 염증성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매운 음식이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한다. 이는 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매운 음식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과도한 매운 음식 섭취는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속 쓰림,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이미 위궤양이나 위염이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또 민감한 사람은 매운 음식을 섭취한 후 소화 불량이나 설사를 경험할 수 있고, 저녁 늦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소화 불량으로 인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을 위해 매운맛을 무리하게 즐기기보다는, 자신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현명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매운 음식 섭취 후 속이 불편하거나 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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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