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 발암물질? ‘수면 부족’의 위험성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은 7~9시간이다. 이는 낮잠을 포함한 총 수면 시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불면증이 있거나 특히 야간근무, 교대근무 종사자라면 적정 수면 시간을 지키기가 어렵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면 두통이 생기고, 면역력이 저하돼 각종 질병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지며 스트레스 호르몬 또한 급격히 증가한다. 더불어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주간 졸음증이 발생하며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또 잠이 부족하면 무기력한 증상이 이어져 불안, 우울증, 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걸리기 쉬운 경향이 있다.

이음손한의원 박다은 대표원장은 “신체는 잠을 자는 동안 다양한 면역 호르몬을 분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학습한 정보를 정리하고 기억으로 저장시키는 작용을 한다”며 “숙면하지 못하면 손상된 중추신경계가 회복되지 않고, 업무 수행 능력이 저하돼 심한 경우 불안장애나 우울증 등 각종 신경정신과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수면 부족은 면역 세포들의 활동량을 감소시키고, 뇌의 생체시계를 교란시켜 암을 유발한다. 신경과학자인 매튜 워커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하루 4시간만 잔 실험자들에게서 ‘자연살해세포’라는 면역 세포들의 활동량이 70%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살해세포는 우리의 면역 반응을 담당해, 암세포와 같이 비정상적인 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2007년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근로와 교대근무를 '인간의 생체리듬을 어지럽힐 수 있는 발암물질(2A군)'로 규정하기도 했다. 장시간 심야근무는 뇌의 생체시계를 교란시켜 암 발병을 높인다는 것이 근거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종양을 억제하는 ‘HPer2’와 'p53' 유전자가 변형돼 암이 생긴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약 8만 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15~29년 동안 야간 교대근무를 한 간호사는 일반인에 비해 유방암 발병 위험이 1.08배 증가했고, 30년 이상 지속한 간호사는 1.36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폐암 발병 위험은 15년 이상 교대근무를 한 간호사에게서 25%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이 증가돼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2013년 앰닛 산두 교수가 영국의학저널에 발표한 내용에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1시간 정도 부족해지는 봄철에는 심장마비 발생 확률이 24%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수면 시간이 8시간 정도 더 늘어나는 가을철에는 심장마비 발생률이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특성상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해야 한다면 낮에도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뇌를 착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야간 근무 시 조명을 밝게 유지해 뇌를 낮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근무를 마친 뒤 낮에 집으로 돌아오면 암막 커튼, 선글라스 등으로 실내를 밤처럼 어둡게 만들자.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고, 카페인이 없는 따뜻한 차나 우유를 마시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이는 잠들기 2시간 전부터 시행하는 것이 좋다.


불면증 환자라면 자기 전 격렬한 운동과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과 식사는 잠들기 3시간 전에 끝내야 한다. 또 수면은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생활환경을 개선하면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