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고 일어났더니 얼굴이 안 움직여요”... ‘안면신경마비’ 대처법은?

도움말: 경희궁전한의원 장호기 원장

▲ 경희궁전한의원 장호기 원장 

겨울을 알리는 입동이 지나고 첫눈 소식마저 들려오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매서운 칼바람 때문인지 거리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패딩을 꺼내입기 시작합니다. 이런 날씨가 시작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찬 데서 자면 입 돌아간다’라는 말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러한 속설이 있듯,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안면신경마비는 날씨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 내 혈관들의 수축작용으로 혈관 통로가 좁아지게 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얼굴표정 근육을 관장하는 안면신경에 충분한 영양을 주지 못하게 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안면신경에 침범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대항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혈관의 수축작용은 뇌혈관질환에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뇌혈관수축으로 인한 뇌졸중으로 안면신경로를 침범해 안면마비를 비롯한 동측 편마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자의 안면마비를 ‘말초성 안면마비’라고 부르며 후자의 안면마비를 ‘중추성 안면마비’라고 부르는데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안면마비는 추워지는 날씨와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구안와사’라고 불리는 안면신경마비는 2010년 기준으로 10만 명당 7.7명의 유병률을 가진 만큼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질환입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법도 다양하고 후유증까지 있는데다 심지어 얼굴로 나타난다니 치명적인 질환은 아닐지라도 삶의 질을 굉장히 떨어뜨리는 아주 고약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을 통해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안면마비, 특히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를 더 현명하게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Ⅰ. 주요 원인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특발성 안면신경마비부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안면신경 마비까지 그 원인과 종류가 다양합니다.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원인별 종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벨마비(Bell's palsy)
가장 흔한 안면마비 유형으로(55%) 특정할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안면신경의 신경섬유가 압박돼 편측으로 안면마비가 발생하는 유형입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특발성 안면마비인 만큼 예후는 양호한 편입니다.

2) 외상성 안면마비
벨마비 다음으로 흔한 원인(22%)으로 두부외상, 측두골 골절, 안면 외상, 두 개강 내 수술 시 손상 등으로 인해 안면마비가 발생합니다. 외상으로 인한 신경손상이 동반되므로 손상의 정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게 됩니다.

3) 이(耳)성대상포진(람세이헌트 증후군, Ramsay-Hunt Syndrome)
전체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중 약 3~12%를 차지하며,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의 침입으로 유발됩니다.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인 벨마비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 편입니다.

Ⅱ. 증상과 진단
갑작스럽게 한쪽 안면부의 쇠약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뇌졸중(중추성 안면신경마비)과 벨마비(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이므로 두 질환의 감별이 가장 중요합니다. 벨마비의 경우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치료와 케어가 가능하지만, 뇌졸중의 경우 늦지 않게 대형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말초성인지 중추성인지의 감별은 어렵지 않게 다음과 같이 감별할 수 있습니다.

1) 안면운동 기능 평가
안면운동에서 말초성 안면마비와 중추성 안면마비의 차이는 ‘이마 주름잡기’에 있습니다. 안면신경의 전 범위를 침범하는 말초성 안면마비의 경우 상부 안면운동 제한까지 보이기 때문에 이마에 주름을 만들기가 힘든 반면, 중추성 안면마비는 상부 안면 운동신경 제한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마의 주름잡기가 가능하게 됩니다.


▲ 사진제공=경희궁전한의원 

2) 자율신경기능 평가
측두골 내에서 분지되는 안면신경은 눈물샘과 비강 내 분비샘 조절작용을 하며, 큰소리로부터 내이를 보호하고, 미각 담당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면신경을 침범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이러한 자율신경기능 계통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만일 미각, 타액분비, 눈물 분비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면 말초성 안면마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추성 안면마비와 말초성 안면마비를 구분했다고 끝난 것은 아닙니다. 말초성 안면마비 중 하나인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경우 그 예후가 다르기 때문에 벨마비와 람세이헌트증후군을 감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이도나 이개 주변부의 대상포진, 말초성 안면마비, 이명·난청·어지러움 등의 주요증상이 갖춰졌을 시에는 람세이헌트증후군으로 의심 가능합니다.

Ⅲ. 예후와 후유증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일반적으로 발병 3주 후부터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80~85%는 보존적 치료를 통해 후유증 없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15~20%에서는 3개월 이전에 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며, 이 경우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1)예후 불량인자는 다음과 같으며, 이와 같은 사항이 확인될 경우 예후가 불량할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a. 완전마비
b. 3주 이내에 회복이 관찰되지 않을 경우
c. 60세 이상
d. 심한 통증 동반
e. 미각장애 또는 타액분비 감소의 동반
f. 람세이헌트 증후군
g. 기저질환으로 당뇨병이 있을 경우
h. ENoG(전기생리적 검사)상 심한 신경 변성이 확인될 경우

2)안면신경마비 후유증
고도의 신경 손상이 일어났을 경우, 회복이 늦어져 신경섬유가 변성을 일으키고 신경섬유 재생 시 재생 오류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 결과,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후유증은 병적 공동운동, 경련, 구축, 악어눈물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병적 공동운동(synkinesis)은 눈을 감으면 동시에 입과 입술이 움직이고, 휘파람을 불면 눈이 감겨버리는 양상의 비정상적인 운동을 말하며, 악어눈물은 식사 시 타액분비와 누액분비가 동시에 자극돼 환측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증상을 말합니다.

따라서, 안면신경마비 발생 3~4개월 경 다음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안면신경마비의 후유증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Ⅳ. 치료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골든타임은 발생 후 4~7일 이내입니다. 발병 후 1주일 간은 증상이 점차 악화될 수 있으나, 골든타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치료 기간이나 예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한의원에서 치료는 침(전침), 약침, 부항, 물리치료 이외에도 필요 시 한약처방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발병 72시간 내 스테로이드와 한방치료 병용요법으로 조기치료 효과를 본 후, 한방 치료요법으로 후유증이 생기지 않고 마비된 안면근육이 100% 제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날씨가 추워져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안면마비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치명적인 질환도 아니고 ‘얼굴에 오는 감기’라 불릴 만큼 발병 후 보존적 치료만으로 쉽게 나을 수도 있는 질환이지만, 안면마비 후유증은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뇌졸중으로 오는 중추성 안면마비뿐 아니라 특별한 원인이 없이 특발성으로 오는 말초성 안면마비 또한 ‘골든타임’이 존재하므로, 조금이라도 얼굴에 이상한 낌새가 보여진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시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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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