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가 남긴 화두… 암 치료보다 중요한 ‘생존자 케어’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국민 배우’ 안성기 씨의 별세 소식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과 슬픔을 남겼다. 그가 오랜 시간 림프종이라는 혈액암과 싸워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단순히 ‘암이라는 질환’ 자체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대신 장기 투병을 겪은 고령 암 환자들이 직면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위험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병 후 찾아오는 불청객, ‘연하 장애’의 경고
림프종을 비롯한 혈액암 환자들은 고된 항암 치료와 장기 투병 과정을 거치며 근력 저하, 면역 기능 약화, 영양 불균형이라는 삼중고를 겪는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연하 기능(삼킴 기능)의 저하다. 고령 환자의 경우 삼킴 근력이 약해지면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흡인 사고나 질식의 위험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높아진다.

암 환자들은 ‘식사 중 사레가 잦아졌다’, ‘음식을 삼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식후에 기침이 난다’는 호소를 자주 한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지만, 이는 암 치료 후 나타나는 신체 기능 저하의 위험 신호다. 암 세포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치료 과정에서 누적된 근감소증과 탈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작은 사고조차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완치’를 넘어 ‘안전한 일상’으로
최근 의료계에서 ‘암 생존자 관리(Survivorship Care)’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암 관리의 패러다임은 단순히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치료 후의 삶을 어떻게 온전하게 유지할 것인가로 확장되어야 한다.

고령의 혈액암 환자들에게는 거창한 수술보다 실질적인 생활 관리가 더 절실할 수 있다. 음식의 점도를 높이거나 부드러운 식단을 구성하고, 식사 중 기도 흡인을 방지하는 올바른 자세 유지하며, 전문적인 삼킴 재활 및 근력 유지 프로그램 등 비교적 간단한 개입만으로도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 곁을 지키는 가족과 보호자가 환자의 미세한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암 치료의 최종 목표는 ‘복귀’
암 치료의 진정한 승리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가 고통 없이 음식을 섭취하고,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의학이 지향해야 할 종착지다.

안성기 배우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고령 암 환자들이 치료 후 겪는 신체적 변화를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포착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암 환자의 ‘생존’을 넘어, 그들의 ‘안전한 일상’을 위한 다학제적 관리 체계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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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