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혈관부종, 단순 알레르기 아냐

▲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심지수 교수
얼굴, 손발의 부종이 며칠간 지속되거나 원인 모를 복통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단순한 알레르기나 소화기 질환이 아닐 수 있다. 인구 5만~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 '유전성 혈관부종(HAE)'. 체내 염증 조절 단백질인 C1-에스테라제 억제제(C1-INH)의 결핍이나 기능 저하로 인해 신체 곳곳에 급성 부종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약 1,000여 명으로 추정되지만, 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이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심지수 교수와 함께 유전성 혈관부종의 특징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 본다.

Q. 유전성 혈관부종(HAE)이란 어떤 질환이며, 단순 부종이나 알레르기와는 어떻게 구별되나?
A.유전성 혈관부종은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혈장 단백질인 C1-에스테라제 억제제(C1-INH)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이로 인해 신체 여러 곳에 반복적인 급성 부종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얼굴, 손발 부종, 후두부종, 그리고 원인 불명의 복통 등이 특별한 이유 없이 2~3일간 지속되거나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단순 알레르기나 두드러기, 소화기 질환이 아닌 HAE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Q. HAE의 주요 증상과 특히 주의해야 할 위험한 증상은?
A. 주요 증상은 얼굴(눈, 입술), 목(기도, 혀), 복부, 손발 등 신체 다양한 부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종’이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급성 발작 형태로 나타나며, 뚜렷한 이유 없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 경미한 외상, 치과 치료 등의 시술 및 수술, 에스트로겐 노출 등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가장 위험한 증상은 상부호흡기에서 발생하는 ‘후두부종’이다. 적절한 치료나 관리를 받지 못하면 질식으로 인한 기도폐색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이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Q. 유전성 혈관부종의 진단은 어떻게?
A. HAE는 질환의 인지도가 낮고 환자마다 증상과 중증도가 달라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많은 환자가 ‘진단 방랑’을 겪으며, 평균 8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C1-INH 농도와 기능, C4 수치), 임상 증상 평가, 가족력 확인 등으로 이루어진다. 혈액 내 보체 관련 단백인 C1-INH의 양(정상범위 14~40mg/dl)과 활성도(60~130%)를 측정하여 낮은 수치를 확인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환자의 약 75%는 가족력으로 발생하지만, 25%는 가족력 없이 자발적 돌연변이로 발생하기도 한다.

Q.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A. 치료는 크게 예방치료와 발작 시 응급치료로 나뉜다. 무엇보다 급성 발작 시 빠른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2018년부터 급성 발작을 신속히 완화할 수 있는 응급 자가투여 주사제(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가 국내 급여화되어, 교육을 받은 환자들은 발작 초기 단계에 집에서도 투약이 가능해졌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조기 진단과 발작 초기 치료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중요하다.

Q. HAE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
A.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발작과 응급상황에 상시 노출되어 심리적, 금전적 부담이 상당하다. 이들의 치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진단 비용 경감, 질환 관련 정보 공유 확대, 그리고 응급약에 대한 접근성 향상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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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