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로, 국제 당뇨병 연맹과 세계보건기구가 공동으로 제정한 국가 기념일이다.
당뇨병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슐린 기능 장애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만성 대사성 질환인 당뇨병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지만, 장기간 방치할 경우 눈, 심장, 심장 등 전신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한국인은 비만하지 않아도 제2형 당뇨병이 잘 발생하는 특성을 보이므로, 전 국민적인 조기 검진과 적극적인 관리가 시급하다.
당뇨병 진단은 간단한 혈액 검사로 확인된다. HbA1c 6.5% 이상, 공복혈당 126 mg/dL 이상, 75g 경구당부하검사 2시간 혈당 200 mg/dL 이상, 전형적 증상과 함께 무작위 혈당 200 mg/dL 이상 중 하나를 충족하면 당뇨병을 진단될 수 있다.
다만 무증상 환자의 경우에는 같은 날 서로 다른 두 가지 검사에서 모두 양성이 확인되거나, 다른 날 반복 검사에서 동일한 결과가 확인되면 확진할 수 있다. HbA1c 5.7~6.4%, 공복혈당장애(100~125 mg/dL), 내당능장애(OGTT 140~199 mg/dL)는 전당뇨병 단계로, 향후 당뇨병 발생 위험이 크므로 생활습관 교정과 정기적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당뇨병 관리의 최종 목표는 합병증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혈당을 목표치 내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1형 당뇨병에서는 당화혈색소 7.0% 미만을 목표로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기관리 교육이 필요하다. 2형 당뇨병은 진단 초기에는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목표로 하지만, 유병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환자의 상태에 맞게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 특히 2형 당뇨병의 혈당조절 목표는 저혈당 위험도, 사용 약물, 기대여명, 동반질환, 개인의 선호도, 활용 가능한 자원 등 환자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혈당조절 상태를 평가할 때는 자가혈당측정 결과도 참고하되, 최종 기준은 당화혈색소 수치이다. 목표 혈당은 식전 80~130 mg/dL, 식후 2시간 180 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적어도 3개월마다 당화혈색소를 검사해 혈당조절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어떤 치료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생활습관 교정이다.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균형 잡힌 식사가 혈당 관리의 핵심이다. 흡연과 음주는 합병증 위험을 높이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당 조절이 어렵다면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최근 진료지침에서는 초기부터 조기 병용요법을 권장한다. 과거에는 단독요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단독치료로는 목표 HbA1c에 도달하는 비율이 낮고 치료 지연으로 인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가 쌓였다. 조기 병용은 신속하게 혈당을 조절하고, 치료 강화를 늦추는 임상적 타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메트포르민은 여전히 기초 약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지만, 설포닐유레아는 저혈당과 체중 증가 위험 때문에 사용이 감소하는 추세다. 대신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 신부전, 심부전 환자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우선적으로 사용이 권고되고 있으며, DPP-4 억제제는 고령이나 신장 기능 저하 환자에서 안전한 대안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사제 치료를 회피하는 환자에게는 경구약 4제 병용도 합리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을 억제하며 위 배출을 지연시켜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체중을 줄이고 저혈당 위험이 낮은 장점이 있다. 또한 대규모 연구에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을 줄이는 효과가 보고되었다. 그러나 오심, 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고, 드물게 췌장염 발생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인슐린은 제1형 당뇨병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제2형에서는 체중감소, 다뇨, 다갈 같은 과이화작용 증상과 함께 고혈당이 나타나는 경우, 혹은 2~3제 경구약 병용에도 혈당 조절이 안 되거나 HbA1c가 매우 높을 때 고려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은 가장 흔하고 위험한 상황이다. 약물 과다, 불규칙한 식사, 격렬한 운동, 음주 등이 원인이 된다. 증상은 발한, 떨림, 어지럼증, 심계항진에서 시작해 심하면 혼수와 경련으로 진행한다. 의식이 있는 경우 즉시 설탕 15~20g (사탕 3~4개, 주스 3/4컵 등)을 섭취하고, 15분 후 혈당을 확인해 70 mg/dL 미만이면 반복한다.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복합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의식이 없거나 경구 섭취가 불가능하다면 보호자가 글루카곤 주사를 즉시 투여하고,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또한,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이나 고삼투성 고혈당 상태(HHS)와 같은 급성 합병증은 구토, 복통, 의식 저하 등을 유발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합병증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혈당 관리와 함께 혈압, 지질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다. 혈압은 130/80 mmHg 미만을 권장하며, 당뇨 유병 기간이 10년 미만이고 주요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에는 LDL-C는 100 mg/dL 미만, 고위험군에서 70 mg/dL 미만, 심혈관질환 환자에서는 55 mg/dL 미만을 목표로 한다. 혈압 조절을 위해 ACE 억제제나 ARB를, 지질 관리를 위해 스타틴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정기적인 선별검사 또한 합병증 조기 발견에 필수적이다. 망막병증 예방을 위해 매년 안저검사를 시행하고, 신증 조기 발견을 위해 매년 소변 알부민과 eGFR 검사를 한다. 신경병증과 발 합병증 예방을 위해 매년 발 검사를 시행하고, 환자 스스로 발 관리 교육을 받도록 한다. 이러한 조기 발견과 적극적 관리를 통해 당뇨환자는 합병증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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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