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춘곤증? 오래가는 피로감, ‘갑상선기능저하증’ 의심해야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따뜻한 봄, 나른함과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면 단순한 춘곤증이 아닌 오래간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보다 낮거나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2023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63만 명이 넘어, 국민 82명 중 1명꼴로 진단받을 정도로 흔하다. 몸이 붓고 둔해지거나, 피로감, 소화불량, 추위를 심하게 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만성피로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방치하면 심장 및 신장 질환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기보다는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간과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은 커진다.

주된 원인은 만성 자가면역 갑상선염으로,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스스로 갑상선 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것이다.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출산 후 발생하는 갑상선염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갑상선 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신체 대사 속도가 느려져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땀이 잘 나지 않고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창백해지는 특징도 나타날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 월경량이 증가하기도 한다. 특히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지는데, 의욕 저하, 기억력 감퇴, 심장 박동 저하 및 심박출량 감소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대한갑상선학회 역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허혈성 심장질환, 인지장애, 치매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한편,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정상이지만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가 높은 ‘무증상갑상선기능저하증’도 있다.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일반적인 갑상선기능저하증과 유사한 피로감이나 기억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은 갑상선기능저하증에 더욱 취약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여성 환자 비율이 남성보다 약 4~5배 높다. 특히 50대 이상 중년 여성은 갱년기 증상과 혼동해 적절한 검사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신체 컨디션 변화를 꼼꼼히 살피고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상선 호르몬 이상은 혈액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 티록신(T4), 삼요오드타이로닌(T3), Free T4 등의 혈중 농도를 측정해 진단하며, 이후 갑상선 호르몬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신체 대사 작용을 활발하게 해주는 안전한 약물로, 임신 중에도 복용 가능하며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 위험이 낮다.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자가면역 질환이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임의로 약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중단하면 호르몬 수치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고 주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약물 복용 시에는 하루 한 번 아침 식전에 다른 약물이나 음식물과 함께 복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물질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이 떨어져 약효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는 복용 후 30분에서 1시간 뒤에 하는 것이 좋다.

흔히 갑상선에 좋다고 알려진 다시마, 김, 미역 등과 같은 요오드 함유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한국인의 경우 요오드 섭취량이 충분한 편이므로, 요오드 부족으로 인한 갑상선 질환은 드물다. 특히 갑상선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요오드 과다 섭취는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의 핵심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정상적인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유지하고 신체 대사를 정상화해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으므로, 피로감과 같은 이상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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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