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로 '층간소음' 갈등 심화...각종 '질환' 부르는 소음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 성적이 높아질수록 공동주택 층간소음 갈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 경기 중 응원 소리, 함성 소리, 쿵쿵 뛰는 소리 등의 소음이 장기간 이어지며 이웃간 갈등이 심화된 것이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 한국 경기는 밤에 진행됐지만, 한국과 브라질의 16강전은 6일 새벽 4시에 열리게 돼 층간소음 피해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16강전을 하루 앞두고 곳곳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30대 김모씨는 “신생아를 키우는 집이라 가뜩이나 층간소음에 민감한데, 축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아파트 곳곳에서 고성을 내거나 쿵쿵거리는 소리가 심해 한밤중에 아기가 잠에서 깨 울어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40대 박모씨는 “직업 특성상 이른 아침에 출근해야 돼서 축구를 못보고 자야 했는데, 층간소음 때문에 계속 잠을 설쳤다”며 “이웃집에서 지인들끼리 축구를 보며 파티를 하는 것 같았는데, 경비실에 전화해 주의를 주니 잠시 조용해졌다가 골을 넣는 순간에는 다시 소음이 커져 곤혹스러웠다”고 전했다.

한편, 월드컵 기간임을 고려해 이웃끼리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의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20대 안모씨는 “심각한 수준의 소음이 아니라면 4년에 한 번뿐인 축제임을 감안해 이웃끼리 이해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30대 이모씨는 “함성 소리가 소음처럼 들리지 않고, 국민이 하나 되는 순간처럼 느껴져 오히려 감격스러웠다”며 “기분 좋은 층간소음이라고 생각해야 할 거 같고, 이에 대해 보복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주간(6시~22시)에는 1분간 평균 43dB, 야간(22시~6시)에는 38dB 이상일 경우 층간소음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어른의 쿵쿵대는 발소리는 약 40dB, 아이들이 뛰는 소리는 약 50dB로 추정할 수 있다.

월드컵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층간소음은 이웃에게 극심한 고통을 줄 수 있다. 수험생이거나 질병을 앓고 있는 등 소음에 취약한 대상은 층간소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야간에 발생하는 층간소음은 아기를 키우는 가정이나 깊은 잠을 못자는 노인이 있는 가정에 더 큰 피해를 준다.

층간소음은 이웃간 갈등을 일으켜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지는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뿐 아니라, 개개인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야간 층간소음 피해는 불면증을 앓게 하고, 이는 2차적으로 학업 및 업무 능력 저하, 우울감, 무기력함 등의 증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게다가 불면증은 심장과 혈관에도 큰 부담을 준다.

아울러 지속적인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불안증,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유발하고, 이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의 항진이 지속되면 혈압과 혈당에도 영향을 준다. 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지질’의 혈중 농도가 증가하며 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소음은 아동의 인지 기능 발달을 저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층간소음은 모든 연령에게 보이지 않는 흉기와 같다. 사소한 소음으로 인해 가까운 이웃이 정신적, 신체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16강전은 새벽에 열리는만큼 수많은 이웃을 배려해 조용한 응원을 펼칠 필요가 있겠다. 당신의 작은 배려가 공동주택 거주자의 품격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성도 빛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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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