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두려운 한국인...행복한 연휴를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이지만 명절이 다가올수록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이러한 증상은 일명 ‘명절포비아’로 불리는데, 명절에 대한 공포감이 신체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발현되며 명절을 피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게다가 지난 2년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명절 때 고향 방문을 자제했던 터라, 코로나19가 일상화된 이번 명절이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실제로 명절이 다가오면 SNS에는 고향 방문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핑계들과 가족들의 잔소리를 대처하는 법에 대한 글들이 화제가 된다. 온라인몰에서는 명절에 부엌일을 피하기 위한 가짜 팔 깁스가 큰 인기를 끈다.

이와 같은 명절 스트레스는 나이를 불문하고 나타난다. 학생들은 학업 성적과 진로에 대한 어른들의 질문 공세로 몸살을 앓기 일쑤다. 같은 또래의 사촌과 성적을 비교당하며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청년층은 취업, 연봉, 다이어트, 결혼, 임신 등 다양한 잔소리를 견디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손윗사람들은 관심과 애정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일방적으로 훈수를 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손아랫사람들은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라 조금이라도 불편감을 표현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그렇게 서로의 심리적 거리는 더욱 멀어진다.

중장년층은 명절 연휴 중 고부갈등의 악화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시누이, 동서 등 여성들 사이의 감정 대립도 무시할 수 없다. 쉴 틈 없는 부엌일, 먹고 즐기기만 하는 남자들과의 차별 등에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굉장하다. 남성들은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추석 때 모인 가족들과의 재산분쟁으로 큰 싸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로 부부 갈등이 폭발하며 추석 이후 9~10월에 이혼율이 급증한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명절 기간 가정폭력의 신고 건수도 최고조에 다다르며, 명절 이후에는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통계 결과도 많다.

부부 갈등이 나타날 때는 서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그저 오랫동안 견디며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은 “부부 갈등에 있어 해결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에서 출발하며, 만약 가부장적인 남편이라면 오래된 권위를 조금 내려놓고 아내를 위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줄 노력이 필요하다”며 “반면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아내였다면 무엇이 섭섭하고 앞으로 당신이 어떻게 도와주기를 원하는지 잘 이해시키려는 시도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의 관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해묵은 갈등으로 지치고 힘들지라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대화와 경청, 이해하는 노력을 충분히 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바쁘게 명절을 보내다 보면 신체와 정신에 스트레스가 몰릴 수 있다. 주로 소화불량, 체기, 피로감, 감정 기복,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스트레스와 함께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다 보면 화병이 생기기 쉽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윤나 교수는 “화병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속으로 삭인 이후에 나타나는 병이며, 답답함, 치밀어 오름, 안면 열감, 억울하고 분한 감정 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며 “명절 동안 쌓인 신체·정신적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추석에는 소중한 가족을 위해 행사를 간소화하고, 가사노동은 사전에 철저히 분담하는 방식을 도입해보자. 아울러 손윗사람은 손아랫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상처가 될 수 있을 법한 말을 삼가도록 하자. 부부는 명절 이후 왜 이혼율이 높아지는지 잘 생각해보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의 건강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며 문제를 지혜롭게 대처해나가야 한다.


명절은 모두가 즐거워야 의미가 있는 자리다. 행복한 연휴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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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