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에 자려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종아리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과 불편감이 있어요.”
-“밤마다 남편이 다리를 주물러 줘야 하고, 심지어는 종아리를 가볍게 때려야 겨우 잠이 들어요.”
-“딸아이가 수업을 들으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공부를 하더라도 20분 이상 책상에 앉아 있지 못해요.”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사지에 불쾌한 감각이 나타나고, 자꾸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드는 증상을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상은 움직여주면 일시적으로 완화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주로 야간에 증상을 보이지만 점차 낮에도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전문의의 면밀한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 중요
의사나 환자 모두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초기 진단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진단에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한데, 초기에 주로 오해받는 질환으로는 허리 디스크, 말초 혈액 순환장애, 불면증 등이 있다.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수십 년간 참고 지내는 환자도 종종 있다.
소아에게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날 경우 성장통이나 주의력 결핍장애로 오인할 수 있다. 실제로 단순히 성장통이라고 넘겼던 아동들이 추후 소아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관적 증상 기술과 문진에 의해 1차 진단이 내려진다. 따라서 다리에 불편한 감각을 주로 보이는 다른 질환과 명확히 감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한 특징은 ▲다리의 불쾌한 감각과 함께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욕구 ▲가만히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짐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무르면 불쾌한 감각과 욕구가 줄어듦 ▲증상이 저녁이나 야간에 더 심해짐 등이다.
환자의 80% 이상이 자면서 다리를 떤다거나, 갑작스레 움찔거리는 증상인 ‘주기성 사지운동증’을 동반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 외에도 팔이나 기타 신체 부위에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도 이상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약 50%는 팔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질환
하지불안증후군은 나이와 상관없이 나타나지만 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대부분 중년 이후의 환자다.
남녀 모두에게 나타나지만 여성에게 조금 더 나타나는 편이다. 대체로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증상이 악화되는 경과를 보인다.
해외의 보고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 유병률은 2.5%에서 15%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뇌 도파민 결핍이 가장 큰 원인
하지불안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뇌 도파민 결핍에 있다. 뇌의 도파민 결핍은 여러 신경 전달물질들의 기능 이상을 초래한다.
가족력은 2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차적 원인으로는 철분 결핍성 빈혈, 콩팥 기능저하, 알코올 중독이 지목된다. 이외에도 피로, 카페인 음료 섭취, 온도가 높거나 추운 곳에 오랜 시간 노출 등의 요인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불안이 아니라 ‘불면’이 문제
하지불안이 신경 질환이라는 점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만성 수면장애를 동반한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하지불안은 움직이고 싶은 충동으로 인해 잠들기가 힘들고, 수면 도중 자주 깬다. 이를 방치하면 수면 부족으로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낀다. 또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경증이라면 마사지·족욕·운동으로 개선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은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을 제거하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근본적 치료에 중요하다. 철분 농도, 간 기능, 신장 기능, 소변검사, 내분비 검사, 혈당검사 등의 혈액 검사가 필요하다. 신경전도-근전도 검사도 말초 신경병이 의심될 경우 시행할 수 있다.
치료는 증상의 경증을 파악해 시행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밤에 가끔 나타나는 경우, 약물치료보다 비약물 치료를 권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김하욤 교수는 "비약물 치료로는 수면 전 발 및 다리 마사지, 족욕, 걷기·스트레칭·체조 등 가벼운 운동 등이 효과가 있다"면서 "좀 더 심한 경우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하지불안증후군의 전문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특히 진단을 받은 환자는 수면 전 술, 담배, 커피 등의 기호식품에 의해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이를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다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철분 결핍이 확인되면 철분 제제를 투여한다. 도파민 제제는 가장 기본적인 약물 치료법으로, 2주 내로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 파킨슨병에 사용하는 약을 소량으로 조절해 사용한다. 그러나 장기간 도파민 제제를 복용할 경우 약물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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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