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의 역설, 급격한 다이어트가 부르는 ‘담석증’

▲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경주 교수

최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이어트 주사)의 열풍과 함께 급격한 체중 감량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건강 복병인 '담석증' 위험이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경주 교수와 함게 비만 치료와 담낭 건강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Q. 최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큰 인기인데, 이 약물의 원리는?
A.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우리 몸에서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GLP-1)과 유사하게 작용한다. 뇌에 '배가 부르다'는 포만감 신호를 보내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의 음식물 배출 속도를 늦춰 소화를 천천히 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원리다.

Q. 이런 비만 치료제가 담석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약물 자체가 직접 담석을 만든다기보다, ‘급격한 체중 감량’ 과정이 문제다. 살이 갑자기 빠지면 간에서 담즙으로 배출되는 콜레스테롤 양이 급증한다. 반면, 식사량이 너무 줄어들면 담낭이 수축할 기회가 적어져 담즙이 고이게 된다.

이렇게 농축된 담즙이 담낭 안에 오래 머물면서 결정화되어 돌처럼 굳는 ‘담석’이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 따르면 비만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군에서 담낭 질환 위험이 대조군보다 약 2.3배 높게 나타났다.

Q. 국내 담석증 환자 추세는?
A. 통계가 말해주듯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담석증 환자는 2015년 약 13만 명에서 2024년 약 27만 명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103%) 늘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담낭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52%)이 30~50대라는 점이다. 외모 관리에 관심이 많고 급격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젊은 층에서도 담석증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Q. 단순 소화불량과 담석증 통증을 어떻게 구분하나?
A. 담석증은 평소 증상이 없다가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명치나 오른쪽 윗배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통증이 수 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발열이 동반된다면 이는 단순 소화불량이 아니라 ‘급성 담낭염’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Q. 담석증이 진단되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나?
A. 증상이 없는 담석은 경과를 지켜보기도 하지만, 통증이 반복되거나 염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담낭절제술’이 표준 치료이다. 담석증을 방치하면 담관염이나 췌장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Q. 건강하게 살을 빼면서 담낭 건강도 지키려면?
A.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다. 초저열량 식이요법이나 단식에 가까운 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해야 하고, 비만 치료제를 사용할 때는 의료진과 상의해 체계적인 감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어트 중 상복부 불쾌감이 반복된다면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담석 여부를 미리 확인하시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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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