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져"...보청기 꼭 필요한 경우는?

▲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대표원장 
난청이란 청각 기능의 저하로 인해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난청이 있어도 보청기 사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데, 적기에 청각 재활이 이뤄지지 않으면 치매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대표원장에게 난청과 보청기 사용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Q. 난청의 원인은 무엇인가?
A. 우선 소리의 전달 과정을 살펴보자면 외부의 소리는 귓바퀴에서 모아져 외이도를 통해 고막에 이르게 된다. 고막에 전달된 소리 에너지는 청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인 달팽이관으로 다시 전달된다. 고막과 달팽이관은 중이라는 공간을 통해 연결된다. 달팽이관으로 전달된 에너지는 전기신호로 전환돼 청신경을 통해 뇌로 보내지게 된다. 이러한 소리 전달과 인식의 과정에서 손실이 일어나면 청각 기능의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소리가 달팽이관까지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전음성 난청이라고 하며,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의 기능 저하로 소리에 대한 감도가 떨어지는 것을 신경성 난청이라고 한다. 두 가지 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는 혼합성 난청이라고 한다.

Q. 난청은 치료가 가능한가?
A. 급성으로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게 된 경우는 모두 치료의 대상이 된다. 귀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귀 안이 이물질로 막히거나, 귀를 다쳐서 고막이 파열되면 소리 전달 과정에 영향을 줘 급성 난청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는 모두 완치가 가능하다.

갑자기 신경 기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의 경우 완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한 달 정도의 기간 내에 회복돼야 청각을 보존할 수 있는데, 집중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완치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급성으로 생긴 난청이 아니라, 난청이 지속되는 상태이거나 점차 청각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는 원인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원인에 따라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청각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저하된 청각 기능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재활 개념의 치료가 필요하다.

Q. 약이나 수술로 청력을 회복할 수 있나?
A. 급성으로 발생한 난청의 경우 약물 치료는 매우 중요한 치료이지만, 난청이 이미 고착되어 있는 경우라면 약물 치료는 큰 의미가 없다. 반면 난청이 고착돼 있더라도 수술을 통해 청각을 회복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수술을 통해 청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고막이나 중이의 기능으로 인해 소리의 전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신경성 난청의 경우 대부분 수술 대상이 아니다. 청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수술 대상은 매우 한정돼있다.

Q. 어떤 경우에 보청기가 필요한가?
A. 청각 기능이 감소돼 일상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라면 일단 보청기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치료를 통해 청각 기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는 보청기 외의 대안은 없다.

청각이 어느 정도 감소돼 있어야 보청기의 대상이 되는지, 얼마만큼 불편을 느껴야 보청기를 찾게 되는지는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청각 기능 감퇴의 정도가 양측의 중등도 이상의 감퇴일 때 보청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경도 난청의 경우 청각이 약해져 있어 덜 들리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일상생활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그저 불편한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보청기에 대한 요구도가 낮고 보청기 사용에 따르는 이득이 크지 않다.

반대로 중등도 이상의 난청이라고 해서 모든 경우 보청기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청각 감퇴에 따르는 불편의 정도는 개개인의 생활 환경과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정상 청력인 다른 여러 가족과 지내며 수시로 대화가 일어나는 환경과, 주로 혼자 집에서 TV를 보며 지내면서 주변에 대화 상대가 없는 경우는 청각에 대한 요구도가 크게 다르다. 수시로 불편을 느끼는 환경인 경우에 보청기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Q. 보청기의 기능은 무엇인가?
A.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하는 도구다. 과거에는 단순히 소리를 크게 들려주는 기능 밖에는 없었다. 현대의 보청기는 주변의 소리와 대화 소리를 개개인의 청력에 맞춰 가장 듣기 편한 소리로 변환해 들려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는 확률을 과거의 보청기와 비교해서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보청기도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이용한 전자 제품이기 때문에 우리가 스마트폰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최근 십 수 년간 이뤘다. 보청기의 핵심 기능은 대화의 성공률을 높여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 선택 방법은 무엇인가?
A. 보청기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보청기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의 크기다. 보청기의 이득이란 보청기를 통해 알아듣는 것이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순간 여러 불편이 따라오게 된다. 보청기 구입에 따른 경제적인 지출, 보청기 탈착과 관리의 필요성, 보청기 착용으로 인한 미용적 문제, 보청기 사용 중에 겪게 되는 여러 불쾌한 소리 등 불편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보청기를 사용했을 때의 이득이 확실해야만 이러한 불편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다.

보청기 착용 시 느끼는 이득이 적다면 보청기를 구입했더라도 여러 불편으로 인해 결국 보청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보청기를 선택할 때 보청기의 이득이 최대화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어떠한 종류와 형태의 보청기를 사용할 것인지, 한 쪽을 할 것인지 양 쪽을 할 것인지가 이득과 불편감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이득과 불편감의 예측을 위해서는 양측 청각 상태에 대한 면밀한 검사, 보청기 필요성에 대한 자세한 면담, 적절한 시험 착용이 필수적이다. 보청기의 이득을 최대화하고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적절한 보청기를 선택하는 첫 단계야말로 보청기 사용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Q.보청기와 비슷한 핸즈프리 유사 제품이 있던데 사용해도 괜찮은가?
A. 주변 소리를 증폭해주는 소리증폭기에 해당하는 제품들이 있다. 보청기와 비교했을 때 훨씬 저렴한 가격에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최근 여러 제품들이 보청기의 여러 기능들을 일부 갖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을 사용할 때도 주변 소리와 대화를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다. 일부 환자는 보청기보다 소리증폭기가 더 도움이 된다고 느끼기도 한다. 경도의 난청으로 보청기의 상시 착용이 오히려 불편하거나 청각이 너무 나빠서 최신 보청기 사용에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깨져 들리기만 하는 경우라면 소리증폭기를 필요할 때만 썼다 뺐다 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리증폭기는 최신 보청기의 신호 처리 기술과 프로세서 성능을 따라갈 수 없다. 따라서 기기 사용에 따르는 이득이 충분하지 않아 중등도 이상 난청에 대한 적절한 청각 재활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Q. 보청기를 사용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나?
A. 난청은 인지 기능의 저하와 상관 관계가 있다. 난청이 어느 정도 이상 진행되면 받아들이는 소리의 양이 줄어들면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쌓이면서 대화의 양과 질이 줄어들고 주변인과의 감정 교류와 유대감이 줄어들게 된다. 청각 기능의 감소는 뇌로 가는 각종 신호와 자극의 양을 줄어들게 만들고, 이러한 변화는 난청의 초기부터 매일같이 누적돼 인지 기능의 저하를 가져온다.

난청이 있는 경우 인지 기능 저하의 진행된 단계인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적시의 적절한 청각 재활을 통해 주변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주변인과의 교류를 강화해 치매 발생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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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