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 한 그릇, 단순한 풍습 넘어 ‘겨울철 천연 보약’인 이유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지나가는 해의 마지막 절기이자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가 다가오면 우리 선조들은 붉은 팥죽을 나누어 먹으며 액운을 쫓고 건강을 기원했다. 예로부터 팥죽은 ‘작은 설’이라 불리는 동지의 상징적인 음식이었지만, 현대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팥죽은 단순한 관습을 넘어 겨울철 면역력을 높이고 영양을 보충하는 훌륭한 건강식이다.

팥의 가장 큰 영양적 특징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사포닌’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팥의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은 세포의 산화를 막고 체내 유해 산소를 제거하여 노화 방지와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팥 껍질에 함유된 사포닌 성분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체내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줄어들어 몸이 무겁게 느껴지기 쉬운데, 팥죽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몸의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팥죽은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군과 식이섬유의 보고이다. 곡류 중에서도 비타민 B1(티아민) 함량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데, 이는 탄수화물의 에너지 대사를 도와 피로감을 개선하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평소 식후에 식곤증을 심하게 느끼거나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에게 팥죽은 천연 기력 회복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사과보다 10배나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어 겨울철 변비 예방과 장 건강 유지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팥에 들어있는 풍부한 칼륨 성분 역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 혈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짠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의 식습관에서 올 수 있는 고혈압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겨울철 혈관 건강이 우려되는 중장년층에게 동지 팥죽은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영양식이 된다.

팥죽에 들어가는 찹쌀 새알심은 소화가 잘되도록 도와주어 위장이 약한 노인이나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팥죽을 더 건강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팥죽은 맛을 내기 위해 다량의 설탕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도한 당분은 팥의 비타민 B1 흡수를 방해하고 혈당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설탕보다는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하거나 올리고당 등을 소량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팥은 성질이 차가운 음식에 속하므로 평소 몸이 아주 차거나 소화력이 극도로 떨어진 사람은 과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동지 팥죽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 선조들이 지혜롭게 선택한 ‘제철 보약’이다. 올겨울에는 따뜻한 팥죽 한 그릇으로 액운을 물리친다는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강한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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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