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 권태기는 결혼 생활이 지속되면서 부부 사이에 대한 정서적 흥미와 친밀감이 점차 줄어드는 시기를 일컫는다. 이는 연애나 신혼 시절의 강렬한 설렘이 현실적인 일상으로 대체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일환일 수 있지만, 이러한 소원함이 깊어지고 방치될 경우 관계의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권태기는 갑작스럽게 시작되기보다 일상 속에서 서서히 징후를 드러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부부 관계에 권태기가 찾아왔을 때 나타나는 가장 명확한 증상들은 주로 대화와 친밀감의 변화를 통해 관찰된다. 우선, 대화의 질이 저하된다. 일이나 자녀 양육, 집안일 등 정보 전달에 국한된 기능적인 대화만 남게 되며, 서로의 깊은 감정이나 생각, 하루 동안 겪었던 내면의 이야기에 대한 정서적 교류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또한, 배우자의 일상이나 기분 변화에 대해 무관심해지며,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즐겁거나 기다려지기보다 의무감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부부 간의 신체적 친밀감(스킨십)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며, 이는 성생활의 감소로도 이어진다.
심리적으로는 배우자의 행동이나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사소한 행동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비난하며, 배우자에게서는 더 이상 만족감을 찾기 어렵다고 느끼고, 그 결과 가정 밖의 활동(취미, 일, 친구 관계 등)에서 심리적 위안이나 흥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증가하게 된다.
권태기는 부부의 성격이나 생활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결혼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기는 시점에 발생하기 쉽다. 대표적으로는 결혼 3~5년 차이다. 이 시기는 신혼의 환상이 현실적인 육아, 가사 분담, 경제적 문제 등에 부딪히면서 깨지고, 서로의 단점에 익숙해져 관계에 대한 노력을 소홀히 하기 쉬운 때이다.
다음으로는 첫 자녀 출산 및 육아 시기이다. 부부가 ‘부모’ 역할에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부부’로서의 관계는 뒷전으로 밀려나 정서적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마지막으로, 결혼 10년 이상의 중년기이다. 자녀들이 성장하여 부부만의 시간이 늘어나거나('빈 둥지 증후군'),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더 이상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공동의 목표가 희미해져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권태기는 관계의 끝을 의미하기보다, 서로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발전시켜야 할 시기가 왔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질 좋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단순히 한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부부에게만 집중하는 정기적인 데이트나 여행 시간을 의도적으로 마련하여 서로에게 다시 관심을 쏟아야 한다.
또한, 일상적인 안부 이상의 깊은 정서적 대화를 시도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진심으로 경청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노력을 재개해야 한다. 배우자가 칭찬을 원하는지, 선물을 원하는지, 아니면 함께하는 시간을 원하는지 등 ‘사랑의 언어’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이 외에도, 부부가 각자의 개인적인 취미나 사회생활을 존중해주어 관계에 건강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권태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부부만의 노력으로 관계 개선이 어렵다면, 심리 상담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인 진단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도 현명한 극복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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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