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겨울철 여가 활동으로 차박(차량 숙박)과 캠핑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난방 기구를 사용하다 일산화탄소(CO) 중독 사고를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조용한 살인자’라 불릴 만큼 치명적이며, 그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겨울철 야외 활동 안전의 핵심이다.
일산화탄소는 석탄, 장작, 부탄가스 등 탄소 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하는 기체이다. 이 기체는 무색, 무취, 무미하여 사람이 감지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일산화탄소를 흡입하게 되면, 이는 폐를 거쳐 혈액 속으로 들어가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게 된다. 이 결합력은 산소보다 무려 200~250배 이상 강력하여, 일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의 자리를 차지하고 카르복시헤모글로빈을 형성함으로써 산소의 운반을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의 모든 조직과 세포, 특히 산소 소비량이 많은 뇌와 심장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중독 초기 증상은 가벼운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피로나 감기 증상과 매우 유사하여 대부분의 피해자가 이를 단순 컨디션 난조로 오인하고 잠들었다가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더욱 치명적이다.
대부분의 일산화탄소 사고는 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밀폐된 공간에서 불완전 연소 가능성이 있는 장비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
차박 시 차량 내부에서 난방을 위해 시동을 켜둔 채 잠드는 것이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차량 배기관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에는 일산화탄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밀폐된 환경에서는 외부 기압의 변화나 바람의 영향으로 배기가스가 차량 내부로 역류하여 유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취침 전에는 반드시 차량 시동을 끄는 것이 원칙이며, 부득이하게 시동을 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창문을 1∼2cm 정도 열어 외부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기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캠핑 텐트 안에서 화목 난로, 가스난로, 휴대용 가스레인지, 숯불 등을 사용하는 것이 주된 사고 원인이 된다. 추위를 막기 위해 텐트의 모든 지퍼와 환기구를 닫아 버릴 경우,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축적되어 순식간에 위험 농도에 도달하게 된다.
숯불이나 화목 난로 등 불완전 연소 위험이 높은 화기는 반드시 텐트 밖에서만 사용하고, 취침 시에는 모든 화기를 완전히 끄거나 외부로 치워야 한다. 난방 기구를 사용하더라도 텐트 상하단의 환기구를 완전히 열어 공기 순환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일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 장판이나 보조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 난로 등 무화염 난방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다.
일산화탄소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여 안전 장비를 구비하고 응급 대처법을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CO 농도를 감지하면 강력한 경고음을 울려주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반드시 텐트나 차량 내부에 설치해야 한다. 일산화탄소는 공기보다 가벼우므로, 경보기는 사람이 자는 위치와 가까운 천장 부근이나 상단부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주기적으로 배터리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독 증상(두통, 어지러움, 구토 등)이 느껴지거나 경보기가 울리면 즉시 대처해야 한다. 모든 문과 창문을 열어 신속하게 환기를 시키고, 환자를 즉시 신선한 공기가 있는 안전한 외부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여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의 호흡과 의식을 확인하고, 의식이 없다면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야 한다.
겨울철 아웃도어 활동의 즐거움은 안전을 철저히 확보했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일산화탄소의 위험성을 명심하고, 위에 제시된 안전 수칙들을 철저히 준수하여 사고 없이 따뜻하고 즐거운 캠핑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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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