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기 유튜버 쯔양이 희귀 난치성 안과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며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점진적인 시력 손실을 일으켜 최종적으로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 유전성, 진행성 질환이다.
망막은 우리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며,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핵심적인 신경 조직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이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 세포(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이 유전적인 이상으로 인해 점차 손상되고 기능이 저하되면서, 망막에 비정상적인 색소가 침착되고 기능이 소실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시력이 서서히 나빠지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의 가장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야맹증(밤에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증상)이다. 주로 간상세포(막대세포)라는 어두운 곳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세포가 먼저 손상되면서 나타나며, 대개 10~20대에 첫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시야 협착 증상이 나타난다. 주변부 시야부터 좁아지기 시작해 마치 좁은 터널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터널 시야 상태가 된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넘어지거나, 주변 사람 또는 사물을 갑자기 인지하지 못하는 등 큰 불편함을 초래한다.
이 외에도 밝은 빛에 눈이 부시는 눈부심(광과민성)이나, 황반부종이 동반될 경우 중심 시력 저하 및 색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의 주된 원인은 유전자 이상이다. 빛을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발생하며, 상염색체 우성, 열성, X염색체 연관 등 다양한 유전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가족력 없이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 청취를 바탕으로, 안저 검사를 통해 망막의 색소 침착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시야 검사로 시야 협착 정도를 측정하고, 망막전위도 검사(ERG)로 망막 세포의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적으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원인 유전자를 파악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망막색소변성증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거나 완치시키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증상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관리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안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비타민 A, 루테인 등 항산화 영양제의 복용이 권장될 수 있으며, 망막 손상을 막기 위해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 착용 등이 중요하다. 환자에 따라 라식/라섹 같은 시력 교정 수술은 권장되지 않으며,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점진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로 인해 환자에게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안겨줄 수 있다. 따라서 환자 본인이 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삶의 방식을 조정해나가는 심리적 적응 과정이 중요하다. 가족과 지인의 따뜻한 정서적 지지는 물론, 저하된 시력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시력 보조 기구 활용 및 재활 프로그램 참여 등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진행성 질환이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질병의 진행 정도를 추적 관찰하고 전문의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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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