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비명... ‘CRPS’, 단순한 통증이 아냐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살짝 긁힌 상처, 가벼운 골절에도 극심한 통증이 계속된다면 단순히 예민한 탓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바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 난치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상상 이상의 고통을 안겨주지만, 조기에 진단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CRPS는 염좌, 골절 등 비교적 가벼운 부상부터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심각한 손상 후에 발생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손상된 신경의 과민 반응과 교감신경계의 오작동, 그리고 뇌의 통증 기억 형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환자마다 증상과 원인이 다양하여 진단이 매우 어렵다. 말초신경병증,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른 질환과 비슷해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CRPS의 가장 큰 특징은 손상 정도에 비해 과도하게 느껴지는 통증이다.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칼로 베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이질통’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외에도 아무런 자극 없이도 통증이 느껴지는 ‘자발통’, 작은 통증도 매우 강하게 느껴지는 ‘감각 과민’, 피부 온도와 색이 변하거나 땀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며 부종이 동반되기도 하는 ‘자율신경계 이상’, 근력이 약해지고 관절 운동이 제한되는 ‘운동 기능 장애’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CRPS는 발병 후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치료가 늦어지면 뇌의 통증 회로가 굳어지고, 관절이 뻣뻣해지거나 골다공증이 생기는 등 신체적인 변화까지 초래해 회복이 더욱 어려워진다.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신경차단술, 물리치료, 재활치료, 심리치료 등을 병행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척수신경자극술 같은 시술도 고려할 수 있다.

완전히 통증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지만, 꾸준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이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환자도 70~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결코 희망이 없는 병이 아니다.

CRPS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주변의 오해이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 보니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 ‘꾀병 부린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이러한 오해는 환자의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CRPS는 단순히 통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환자에게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가족과 사회의 따뜻한 공감과 지지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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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