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숨 쉬는 게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잦은 기침과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면, 단순히 나이 탓이나 다른 호흡기 질환이라 여기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발성 폐섬유증(IPF)’이라는, 폐가 서서히 굳어가는 무서운 질환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폐포와 그 주변 조직(간질)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병이다. 이로 인해 폐가 제 기능을 잃고 산소 교환이 어려워지면서 숨 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게 된다. 200여 가지가 넘는 간질성 폐질환 중 하나인 이 질병은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과 흡연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최근 고령화로 인해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마른기침과 호흡곤란이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다른 호흡기 질환과 비슷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운동 시 호흡곤란, 그리고 손끝이 둥글게 변하는 곤봉지 같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폐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는 것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폐의 섬유화를 완전히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피르페니돈이나 닌테다닙 같은 항섬유화제 약물로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급성 악화를 막아 생존 기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또한, 일부 환자에게는 폐 이식이 유일한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3~5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조기 진단 기술과 치료제의 발전으로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질병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환자도 많아졌다.
약물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환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생활 관리이다. 흡연은 폐 건강에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미세먼지나 유해 화학물질 등 호흡기에 부담을 주는 환경을 피해야 한다. 더불어 폐렴구균과 독감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기 감염은 병세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 재활 치료는 폐 기능을 직접적으로 회복시키지는 못하지만, 운동 능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가벼운 운동은 호흡곤란 증상 완화와 체력 유지에 효과적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예방이 어려운 질환이지만, 의심 증상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숨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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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