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80%는 ‘이 탓’… 모르는 새에 나도?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간 질환은 ‘침묵의 장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각 증상이 없어서 더 위험하다. 특히 B형과 C형 간염은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워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국내 간암 환자 10명 중 8명은 B형 또는 C형 간염을 앓은 이력이 있다.

B형·C형 간염은 세계적으로 약 3억 5천만 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수는 자신이 감염된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낸다. 초기 간암은 피로감, 소화불량,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의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감기나 피로로 오인하고 방치하다가, 이미 간경변이나 진행된 간암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주요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다르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B형 간염(B형 간염 바이러스, HBV)은 혈액, 정액, 침 등 체액을 통해 전파되며, 국내에선 출생 당시 산모로부터 감염되는 수직감염이 가장 흔하다. 감염자의 칫솔, 면도기 공동 사용이나 성 접촉, 불법 의료시술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반면, C형 간염(C형 간염 바이러스, HCV)은 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된다. 과거에는 수혈, 주사기 공동 사용이 주원인이었고, 최근에는 비위생적인 문신 시술, 약물 주사 등이 주요 전파 경로다.

간세포암(간암)의 약 80%가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 정기적인 간검진만으로도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능하다.

B형 간염은 완치는 어렵지만,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이에 40세 이상 간염 보균자는 6개월마다 혈액검사와 간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가건강검진사업을 통해 본인 부담금 10% 이하로 제공된다.

중요한 것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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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C형 간염은 C형 항체 검사도 국가검진에 포함됐다. 최근 도입된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 덕분에 8~12주 치료만으로 99% 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 조기 진단만 되면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바뀐 셈이다.

문제는 조기 발견 여부.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C형 간염 감염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2024년 기준 치료를 받은 환자는 2만6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선 2025년부터 56세 이상 국민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생애 1회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간염 등 간질환은 단순한 피로, 식욕저하처럼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그 이면엔 심각한 간기능 저하가 숨어 있을 수 있다. 간 기능 수치(AST, ALT 등)가 정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찾고 조기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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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